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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킹 신부는??

더 창공 2007. 8. 16. 07:27
 

빠다킹 신부는 누구??

한국 천주교 순교사에서 유서 깊은 강화도 ‘갑곶(甲串) 성지’를 지키고 있는 ‘성지 지기’ 조명연(35) 신부. 신자들 사이에서 ‘빠다킹 신부’로 통하는 조 신부가 최근 두 번째 묵상집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정음)를 내면서 그의 ‘1인 5역’의 번개 같은 삶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신부는 새벽 5시 3000여 회원들에게 e-메일로 따스한 사랑이 담긴 ‘묵상글’을 보내는 것으로 하루를 연다. 아침 6시가 되면 어김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카페(www.bbadaking.com) ‘빠다킹 신부와 함께’를 진행하는 ‘사이버 자키(CJ)’가 되고, 격주로 KBS와 평화방송에 나가 방송을 통해 행복을 전하는 ‘행복 전파사’가 된다. 하루 일과 대부분은 갑곶 성지 개발을 위한 공사현장에서 막일꾼으로 뛰고, 틈틈이 글을 쓰는 인연으로 작가 반열에도 올랐다. 이뿐인가. 한국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서 호출하면 언제든지 달려가 마이크를 잡고 일장 연설을 하는 사회운동가로 변신한다.

오전 11시 미사 집전을 할 때 비로소 그는 본연의 신부로 돌아온다. ‘빠다킹’이라는 별칭은 그의 목소리가 빠져들 정도로 상냥하고 느끼하기까지 해서 붙여진 이름.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가 끊임없이 정진하는 삶을 유지하려면 산새도 깨지 않는 새벽3시면 일어나야 한다.

“지금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어렵습니다. 안 일어나면 일을 못하니 할 수 없이 일어나는 거지요. 아직도 습관이 안돼 자명종을 맞춰 놓아야 합니다.”

조 신부는 수더분하고 꾸밈이 없다. 마치 천진한 소년과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다. 그도 한때는 불평불만을 달고 살았다고 한다. 지난해 1월 인천교구청에서 시무하다 아무 시설도 없는 갑곶 성지에 처음 파송됐을 때 보일러가 안 들어오는 방에서 두해 동안 추위와 싸우며 투덜거렸고, 시설물을 하나 둘 늘려나가며 막일이 힘들 땐 ‘모든 것을 팽개치고 돌아갈까’하는 회의도 많이 들었다. 모든 고난이 돈이면 다 해결될 것 같아 머릿속은 온통 ‘돈’으로 가득했다.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은 부대낌 속에서 어느날 정수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어요. 현재보다 더 나빠진다 해도 감사하겠다는 마음을 가졌지요. 나를 짓눌렀던 불평불만을 모두 떨쳐 버리니, 어느날 그렇게 자유스러울 수가 없었어요.”

그는 마음 한번 달리 먹으면서 ‘대자유인’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억만금을 가진 부자라고 걱정이 없을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복잡한 세상도 간단하게 행복으로 뒤바꿔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서 그의 삶은 나날이 희망과 열정으로 변화됐다.

실의에 빠져 있는 친구를 대할 때 우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조 신부는 이번에 펴낸 ‘괜찮아…’에서 우리 등을 토닥거리며 짤막한 한마디로 “다 잘될 것”이라고 격려한다.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기에 이야기는 더욱 풍부하고 힘차다. 독자들은 그의 따뜻하고 희망 섞인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그래, 세상이 뭐 그리 대단한가. 다시 시작하면 돼. 이젠 괜찮을 거야”하고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조 신부는 새벽 명상을 통해 글을 건져 올렸고, 적절한 예화를 찾기 위해 책도 수없이 읽었다. 특히 이번 ‘묵상집’에는 사진작가 김석종(성균관대 예술학부 강사)·김원형(프리랜서)씨가 조 신부와 그 주변 인물, 자연 등을 찍은 수십컷의 사진을 보내줘 글을 더욱 ‘뽀다구’나게 장식했다. 조 신부는 이미 2003년 동갑내기 정병덕 신부와 묵상집 ‘주는 것이 많아 행복한 세상’을 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