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공감

아버지의 식사

더 창공 2009. 5. 12. 09:43

아버지의 식사

 

 

막 가게 문을 닫으려는데 한 초라한 행색의 남자와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그 여자는 '식사 안됩니다'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어쩐지 그들에게는 밥을 차려주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담배에 찌들었음직한 초라한 아버지가 주문을 합니다.

 

"여기 돼지 불고기 백반 1인분 줘봐요."

 

그 여자는 한밤중에 1인분의 식사를 주문하는 그 아버지와 아들을 바라봅니다. 아마도 그 1인분의 식사에 담긴 뜻은 뭉클할 것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마주앉은 것 같은데도 두 사람은 별로 말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연신 반찬이며 고기를 아들 앞에 밀어주었습니다.

 

"애비가 처음 밖에서 사주는 거지? 많이 먹어라."

 

고기가 구워지자 아버지께 같이 드시자고 권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애비는 금방 먹고 왔어." 하면서 자꾸자꾸 반찬이 떨어져 쏟아질 만큼 아들에게로 가까이 밀어주었습니다. 아마도 아들은 아버지와 멀리 떨어져서 자취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푸짐한 상을 오랜만에 대하는 것처럼 아들은 그 여자가 차려준 식사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워낙 많이 차려낸 상이어서 음식이 조금 남았습니다. 고기도 남긴 채로 아들이 숟가락을 놓자 아버지는 더 먹으라고 권했지요. 아들은 정말 배가 불러서 더 못 먹겠다고 했습니다.

 

그제서야 아버지는 그 여자에게 밥 한 그릇만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아들이 남긴 고기와 밥 한 그릇을 엎어 썩썩 비빈 후 그 밥을 다 먹었습니다.

 

가난한 그 아버지의 식사, 먹고 왔다고 그렇게 손을 홰홰 내젓다가 아들이 남긴 밥 한 그릇을 엎어서 고픈 배를 채우는 아버지의 식사를 바라보던 아들의 눈에서는 기어이 눈물이 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