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조용히 음미

가을이 오면

더 창공 2009. 8. 24. 10:20

가을이 오면 - 남경식 -

 

 

가을이 오면

빨강 노랑 하양 들꽃 가득한

강둑을 거니는 외로운 자가 되리

 

조그만 실바람에도 흔들리는 들꽃을 보고

휑하게 뚫린 가슴 한켠의

안스러운 연민을 다독이지 않을 이 있을까

 

홀로 어쩌지 못하고

상심의 눈물을 연신 섧게 닦아내며

한번 가면 돌아오지 못하고

흘러가야만 하는 강물도 상처난 아득한 세월을

큰 슬픔으로 독하게 이야기해야만 하리

 

망설였을 말마디엔

애매함보다도 더욱 깊은 현실의 벽

그러나 떠밀린 긴 시간의 틈을

이제는 화해의 포옹으로 보듬어야 할 시간

 

가을이 오면

빨강 노랑 하양 들꽃 가득 지는

강둑을 거니는 외로운 자가 되리.

 

'나의 방 > 조용히 음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은 구름이며, 바람인 것을   (0) 2009.08.25
가지고 가는 자  (0) 2009.08.24
그리움이 가득한 날은   (0) 2009.08.22
오늘 아침에 행복 잎을 닦았습니다  (0) 2009.08.20
밤 손님   (0) 2009.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