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조용히 음미

조선 놈

더 창공 2009. 10. 7. 12:49

조선 놈

 

깨 밭을 매던 할머니는

자꾸 호미로 맨땅만을 계속 찍고 있었다

 

저 건너에 새로 우뚝 선

5층짜리 건물에

웬 차들이 쉴새없이 들락날락 하니...

자꾸 시선이 그리로 갈수밖에...

 

승용차에는 이상하게도

꼭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가 타고 있능기라...

"도대체 뉘 집인데 차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꼬..."

"밤엔 잠도 안자고 들어가고 나가니.. 웬 조화일꼬..."

"어째 또 차 마다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 씩일꼬..."

 

들어가는 승용차는 갈기갈기 찢어 펄럭이는

커튼을 뚫고 자취를 감추었다.

 

그 때였다.

 

새파랗게 젊은 청년 하나가

깨밭 옆 길을 걷고 있었다.

할머니는 다짜고짜 젊은이를 불러 세웠다.

 

"저..젊은 양반 뭐 좀 물어 봅시다.."

"예..할머니..."

"다른 게 아이고...저 저기 좀 보소..

 

저 집은 뭘하는 집인디...

 

무슨 일로 자가용들이

밤낮없이 드나드는 것이오.?"

 

총각은 할머니의 물음에 난처해졌다.

뭐라고 설명할지 연신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데..

 

"묘한 것이 또 있네...

차에 탄 사람은 똑 같이 남자 하나,

여자 하나씩 타고있던데..??"

 

"젊은이는 알 것도 같은데..

젊은이도 통 모르것오?"

 

이 때다

젊은이는 허벅지를 탁 쳤다.

기가막힌 대답이 생각났던 것이다...

 

"할머니..저 집이 뭐하는 집인지는 저도 모르고요...

하여간 들어가는 사람은 [ 조선놈 들이구요..]

 

나오는 사람은요 [ 일본놈들이어요...]

하하하하...아셨죠?"

 

젊은이는 깔깔깔 웃으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아예 깨밭에 덜썩 주저 앉아버렸다.

들어간 놈들은 조선놈들이고

나오는 놈들은 일본놈들이라...." 뭔소린지..

 

해는 이미 서산에 지고

궁금증에서 해탈하지 못한 할머니는

자꾸자꾸 그 집을 뒤돌아 보면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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