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 김광규 -
아침 까치는 이미
아무런 기다림도 전하지 않는다
십원을 아껴 가며 참고 견뎌
이제는 모든 것을 샅샅이 알아 버렸다
몽툭한 콧날에 무뎌진 눈빛
안으로 닳아빠진 손끝으로
깡마른 여인은 연탄을 갈아넣고
빈 사과궤짝을 한 손에 든 채
치맛자락 펄럭이며
철새들이 날아드는 들판으로 나간다
여름 햇빛에 수없이 빛나던 나뭇잎들
스산한 바람을 따라 몰려 가고
서녘에 지는 해가 등 뒤로
어머니의 긴 그림자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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