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조용히 음미

늦가을

더 창공 2009. 11. 11. 15:57

늦가을 - 김광규 -

 

 

아침 까치는 이미

아무런 기다림도 전하지 않는다

십원을 아껴 가며 참고 견뎌

이제는 모든 것을 샅샅이 알아 버렸다

 

몽툭한 콧날에 무뎌진 눈빛

안으로 닳아빠진 손끝으로

깡마른 여인은 연탄을 갈아넣고

빈 사과궤짝을 한 손에 든 채

치맛자락 펄럭이며

철새들이 날아드는 들판으로 나간다

 

여름 햇빛에 수없이 빛나던 나뭇잎들

스산한 바람을 따라 몰려 가고

서녘에 지는 해가 등 뒤로

어머니의 긴 그림자를 남긴다

 

 

'나의 방 > 조용히 음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석처럼 아름다운 사람   (0) 2009.11.13
도끼자루  (0) 2009.11.12
아름다운 당신께 러브레터  (0) 2009.11.10
행복을 나눌 사람  (0) 2009.11.09
11월의 노래   (0) 2009.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