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에도 꽃은 피는가 - 雪花 박현희 -
말라 비틀어져
앙상하게 뿌리만 남은
그루터기 고목에도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돌면
연녹색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
새순 새 가지에 꽃이 피고
새들이 날아들면
열릴 것 같지 않던
열매도 열립니다.
영혼과 육신을 불태우는
열정적인 사랑은
혈기왕성한
청춘남녀들만이 누릴 수 있는
감정이나 특권은 아닐 테지요.
몸이 늙어
마음마저 늙는다면
어찌 서럽지 아니할까요.
하지만,
몸이 늙어도 마음만은
늙지 않는 것은
신께서 주신
커다란 은총인가 봅니다.
그루터기 고목에
새 가지 돋아
꽃을 피우고 열매 맺듯
사랑이란 화려한 감정을
나이와는 무관하게
언제든
꽃 피울 수 있음은
그나마 다행한 일입니다.
비록 중년이나
노년에 맞이하는 사랑이
아픔으로 다가올지언정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설렐 수 있는
사랑의 감정이 남아 있음은
이 또한
존재의 의미를 일깨우는
소중한 생명의
깨달음이 아닐는지요.
'나의 방 > 조용히 음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이 덧없는 것이 아니다 (0) | 2009.12.10 |
---|---|
여섯 가지 도둑 (0) | 2009.12.09 |
아름다운 하루의 시작 (0) | 2009.12.08 |
행복이 자리하는 곳 (0) | 2009.12.04 |
나를 아름답게 하는 것 (0) | 2009.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