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조용히 음미

고목에도 꽃은 피는가

더 창공 2009. 12. 9. 12:28

고목에도 꽃은 피는가 - 雪花 박현희 -

 

말라 비틀어져

앙상하게 뿌리만 남은

그루터기 고목에도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돌면

연녹색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

새순 새 가지에 꽃이 피고

새들이 날아들면

열릴 것 같지 않던

열매도 열립니다.

 

영혼과 육신을 불태우는

열정적인 사랑은

혈기왕성한

청춘남녀들만이 누릴 수 있는

감정이나 특권은 아닐 테지요.

 

몸이 늙어

마음마저 늙는다면

어찌 서럽지 아니할까요.

하지만,

몸이 늙어도 마음만은

늙지 않는 것은

신께서 주신

커다란 은총인가 봅니다.

 

그루터기 고목에

새 가지 돋아

꽃을 피우고 열매 맺듯

사랑이란 화려한 감정을

나이와는 무관하게

언제든

꽃 피울 수 있음은

그나마 다행한 일입니다.

 

비록 중년이나

노년에 맞이하는 사랑이

아픔으로 다가올지언정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설렐 수 있는

사랑의 감정이 남아 있음은

이 또한

존재의 의미를 일깨우는

소중한 생명의

깨달음이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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