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조용히 음미

열매

더 창공 2011. 5. 26. 10:50

열매

 

가지가 열매를 맺는가? 아니다.

열매를 맺는 것은 가지가 아니다.

나무가 열매를 맺는 것이다.

나무가 열매를 맺는가?

 

흙이 없는데,

태양이 없는데,

물이 없는데,

농부가 일하지 않는데,

 

나무가 스스로 과실을 맺는가? 아니다.

그러면 흙이 열매를 맺는가? 아니다.

태양이 열매를 맺는가? 아니다.

물이 열매를 맺는가? 아니다.

농부가 열매를 맺는가? 아니다.

 

손발이 일을 하는가? 아니다.

일을 하는 것은 손발이 아니다.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이다.

사람이 일을 하는가?

 

흙이 없는데,

태양이 없는데,

물이 없는데,

일거리가 없는데,

사람이 저 혼자 일을 하는가? 아니다.

 

흙도 아니면서,

태양도 아니면서,

물도 아니면서,

농부도 아니면서,

 

흙도 되고,

태양도 되고,

물도 되고,

농부도 되는,

 

그 ‘어떤 이’를 가리켜

우리는 할 수 없이 ‘하느님’이라 부른다.

'나의 방 > 조용히 음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의 밭  (0) 2011.06.22
보석보다 빛나는 말  (0) 2011.06.02
마음을 만저 줄 사람   (0) 2011.04.25
살다보면  (0) 2011.04.19
열어보지 않은 선물   (0) 2011.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