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조용히 음미
시간을 낭비할 수 없는 이유
더 창공
2009. 2. 28. 12:13
시간을 낭비할 수 없는 이유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가득 찬 어느 병원 대기실. 머리가 허옇게 센 할아버지 한 분이 초조한 듯 시계를 보고 있었다. 그러기를 30여 분쯤,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간호사에게 다가갔다.
“이봐요, 간호사 아가씨. 내가 예약한 시간이 3시인데, 벌써 4시가 넘었소. 더 이상 못 기다리겠으니 내일로 다시 예약해 주시오. 그리고 내일은 정확하게 3시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주시오.”
그러고는 천천히 뒤돌아섰다. 그러자 접수처 앞에 앉아 있던 할머니 한 분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언뜻 보기에도 여든은 넘으신 것 같은데 뭐 그리 바쁜 일이 있어서 그러세요. 우리 같은 노인들이 할 일이 뭐가 있다고요. 전 예약도 하지 않고 온 걸요.”
할아버지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할머니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내 나이가 올해 여든여덟이오.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이것이 바로 내가 단 일분일초도 낭비할 수 없는 이유라오.”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의 시간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빼앗곤 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는 것은 그만큼 삶을 빼앗는 것이 되고 만다.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자신을 천천히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