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조용히 음미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더 창공 2009. 11. 3. 10:51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 김 용 택 -

 

사랑의 온기가 더욱 더 그리워지는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먼 들 끝으로 해가

눈부시게 가고

 

산그늘도 묻히면

길가에 풀꽃처럼 떠오르는

그대 얼굴이

어둠을 하얗게 가릅니다.

 

내 안에 그대처럼

꽃들은 쉼없이 살아나고

내 밖의 그대처럼

풀벌레들은

세상의 산을 일으키며 웁니다.

 

한 계절의 모퉁이에

그대 다정하게 서 계시어

춥지 않아도 되니

이 가을은 얼마나 근사한지요.

 

지금 이대로 이 길을

한없이 걷고 싶고

그리고 마침내 그대 앞에

하얀 풀꽃

한 송이로 서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