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조용히 음미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더 창공 2009. 5. 11. 12:54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 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를내고 자식들이 속을 썩여도 끄떡없는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 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론

아! 어머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