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은 저절로 마르니
당나라 측천무후 시절에 누사덕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그는 성품이 온후하고 너그러워 무례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탓하지 않고, 올곧게 정사를 처리해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중국 역사서 ‘십팔사략’에 그의 성품을 잘 보여 주는 일화가 나온다.
누사덕의 아우가 지방 관리로 임명되었을 때다. 누사덕은 아우를 불러 말했다.
“우리가 황제의 신임을 받아 관직을 얻은 것은 좋은 일이나 그만큼 남의 시샘도 클 것이다. 너는 남의 시기에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냐?”
그러자 아우가 대답했다.
“누가 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결코 상관하거나 화내지 않고 잠자코 닦아 내겠습니다. 만사를 이와 같이 하면 형님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누사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게 바로 내가 걱정했던 바다. 누군가 네 얼굴에 침을 뱉는다는 것은 크게 화가 났기 때문일 텐데, 네가 그 자리에서 바로 닦아 내면 상대방은 더 화가 날 것이다. 침은 닦지 않아도 저절로 마르니 그럴 때는 웃으면서 침이 마를 때까지 그냥 두는 것이 제일이니라.”
여기에서 나온 말이 “얼굴에 묻은 침은 저절로 마른다.”라는 뜻의 ‘타면자건(唾面自乾)’으로, 누사덕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인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 주었다. 때로는 순간의 분노를 참고 자신의 참마음과 재능이 드러나는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