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공감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더 창공 2010. 5. 17. 12:23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어리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서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 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시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알았는데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방 > 공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온화함은 세상과 통한다   (0) 2010.06.04
먹어야 한다   (0) 2010.06.03
봄은 가더이다   (0) 2010.05.17
자 선  (0) 2010.05.13
당신을 기다리는 마음  (0) 2010.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