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 이채 -
1
비가 오는 날이면
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비가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울 때
초록비나 꽃비가 되어, 나도
세상의 무엇 하나 반듯하게 키워내고 싶다
생명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아버지의 탯줄 같고
어머니의 젖줄 같은 물
땅 속에는 하늘의 물이 흐르고
당신과 나 사이에는 사랑의 물이 흐른다
하늘비는 이 땅의 축복
누구에게 축복의 이유가 되고 싶다
2
비가 비처럼 와서
나무가 젖고 숲이 젖고 산이 젖고,
그리고 강으로 흘러갈 때
비를 닮은 여자, 빗물 같은 여자
당신에게 강물처럼 젖어들고 싶다
하늘처럼 젖어들고 싶다
당신품에서
가장 깊은 강물로 살다가
가장 오랜 강물로 늙어가고 싶다
3
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비 없는데
무지개 뜰까
꼭 무지개가 아니라도 좋다
비 떠난후, 세상은 또 얼마나 정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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