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조용히 음미

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더 창공 2010. 8. 16. 10:56

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 이채 -

 

1

비가 오는 날이면

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비가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울 때

초록비나 꽃비가 되어, 나도

세상의 무엇 하나 반듯하게 키워내고 싶다

생명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아버지의 탯줄 같고

어머니의 젖줄 같은 물

땅 속에는 하늘의 물이 흐르고

당신과 나 사이에는 사랑의 물이 흐른다

하늘비는 이 땅의 축복

누구에게 축복의 이유가 되고 싶다

 

2

비가 비처럼 와서

나무가 젖고 숲이 젖고 산이 젖고,

그리고 강으로 흘러갈 때

비를 닮은 여자, 빗물 같은 여자

당신에게 강물처럼 젖어들고 싶다

하늘처럼 젖어들고 싶다

당신품에서

가장 깊은 강물로 살다가

가장 오랜 강물로 늙어가고 싶다

 

3

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비 없는데

무지개 뜰까

꼭 무지개가 아니라도 좋다

비 떠난후, 세상은 또 얼마나 정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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