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조용히 음미

힘내! 인경 씨!

더 창공 2009. 2. 4. 08:47

힘내! 인경 씨!



언제부턴가 딸아이는 어린 자식이 아니라 내 스승이자 최고의 치어리더가 됐다. 인터넷, 디지털카메라, 휴대전화 등 각종 신제품들의 사용법을 설명해 주고 최신 유행어나 재미있는 댓글을 알려줘 ‘꼴통 아줌마’란 소리를 면하게 해 준다. 낙천적인 성격을 타고난 딸아이는 언제나 내게 위안과 응원을 보내는 존재다.


몇 년 전인가, TV 주부 프로그램에 남편 사랑을 받기 위해 아홉 번이나 성형수술을 한 여성이 등장했다. 당시 패널이었던 나는 그 여성에게 “남편은 당신이 착해서 결혼했는데 착한 마음을 더 강조해야지 왜 성형수술로 사랑을 붙들러 하느냐.”란 얘기를 했다. 그런데 프로그램 게시판에 “넌 다섯 번이나 성형수술한 주제에 왜 성형한 여자를 나무라느냐.”란 댓글이 달렸다. 제왕절개 외엔 수술이라곤 받은 적이 없던 나는 억울해서 딸에게 “내 초등학생 시절 사진부터 쫙 올릴까, 아니면 나랑 닮은 이모 사진을 같이 올릴까?”라고 하소연했다. 그랬더니 딸이 이런 말을 했다.


“4천5백만 국민 중 겨우 한 명이 쓴 잘못된 댓글 갖고 뭘 그리 난리야. 그 사람인들 얼마나 고민했겠어? 세 군데라고 할까, 일곱 군데라고 할까 궁리하다 다섯 군데로 쓰면서 자기도 뜨끔했을 텐데... 만약 전 국민이 모두 엄마를 비난하고 오해해도 난 엄마를 믿고 사랑해. 내겐 제일 예쁜 엄마지만 또 내가 아는 가장 성실한 여성이기도 해. 친구들도 얼마나 나를 부러워하는데... 힘내! 인경씨!”


당시 중학생이던 딸아이의 위로와 응원 덕에 난 금방 행복해졌다. 물론 가족은 다른 이들이 총을 쏘면 대신 맞아줄 만큼 사랑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어린 딸의 응원에 난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도 금방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선다. 새로운 과제 앞에 망설이면 딸은 “엄만 잘할 수 있어. 실수하면 어때?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긍정적인 사람이잖아.”라고 응원해 준다. 또 내가 아플 때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은 좀 어때? 아프지 마. 엄마 건강이 내 행복이야!’라는 딸의 문자 메시지는 녹용, 산삼 부럽지 않은 특효약이다. 딸이 대학생이 된 후에는 응원 메시지를 보낸 뒤 “쇼핑몰에서 봐 둔 코트가 있는데...”라거나 “이번 달은 행사가 많으니 용돈 인상 요망.”등의 요구를 해, 응원의 진정성이 의심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딸아이의 대책 없는 응원 덕에 난 오늘도 과로에 시달리고, 각종 욕을 먹으면서도 시시덕거리며 산다.

(유인경, ‘행복한 동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