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유머

충청두유

더 창공 2009. 3. 25. 09:22

충청두유 ~~

 

코미디언 출신지역을 따져보면 충청도가 가장 많을 것이다.

임하룡, 김학래, 최양락, 남희석, 김정렬, 황기순, 서세원 등 많기도 많다.

실제로 충청도에 가보면 사람들의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택시를 타도 경상도는 기사의 급한 성격이 바로 튀어나온다.

"코미디언 이지예? 아이고 우짠 일입니꺼? 텔레비전하고 똑같이 웃기게 생겼네."

매우 직설적이다.

 

전라도는 분위기를 맞춰준다.

"요즘 코미디는 코미디도 아니여. 이해를 못한당께. 옛날이 죽여부렀지. 싸인 좀 해주숑?"

 

그런데 충청도는 택시를 타도 한마디 말도 안하고

백미러로 힐끗힐끗 쳐다보기만 하다가 돈을 내고 내릴 때쯤에야 한마디 던진다.

"맞쥬?"

 

시장 아주머니들도 그야말로 골 때린다.

한 배추 파는 아주머니가 하루는 딱 두 통이 남았다.

파장 쯤에 아주머니가 외친다.

"저기 배추가 떨이유, 두 통 남았슈. 두 통에 삼천원만 줘유!"

그러면 손님이 보고 있다가

"아주머니 두 통에 삼천원이면 되게 싸네요."

"그리유, 떨이니께 이렇게 파는 거유."

"근데 이거 낮에는 얼마에 팔았어요?" 라고 물어보면

그냥 대강 한 통에 2,000원 이든지 3,000원 이든지 이야기하면 되는데 깜짝 놀라면서 되묻는다.

"잉? 그건 왜유?"

"아, 그냥요. 얼마였는데요?"

"삼천원 이유."

 

한 번은 충청도로 사냥을 갔다.

친구와 둘이서 하루 종일 헤매다가 달랑 꿩 한 마리밖에 잡지 못했다.

거의 공치다시피 해서 식당에 들어가 저녁을 먹으려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우리의 총을 보더니 한마디 한다.

"사냥 왔는개비네요. 서울서 왔시유? 워치게 뭐 줌 잡았시유?" 해서 부끄럽게

"아이고 아침부터 꿩 한 마리 잡았어요" 했더니 그 아주머니 한 마디 던진다.

"꿩 한 마리유? 아이고 그거 무거워서 서울까지 워치게 갖구 간대유?"

 

이건 실화다.

서울 사람이 겨울에 사냥을 공(空)치고 예당 저수지 앞에서 낚시를 하는 현지 사람과 만나게 됐다. 때마침 저수지 건너편에 시커멓게 내려앉은 청둥오리 떼를 발견했다. 사냥꾼이 총을 쏘려하자 낚시꾼이 "저기유, 여기서 총 쏘면 클나유"하며 말렸다. 서울 사람은 왠지 저수지 관리인 같기도 해서 "혹시 아저씨가 저 새들 주인이에요?" 라고 묻자 천연덕스럽게 "그런데 왜유?" 라고 대꾸했다. 서울 사람이 "돈 좀 드릴테니까 몇 마리만 쏘면 안돼요?" 하자 천연덕스럽게 "그럼 한 이십 만원만 주고 저쪽 안 보이는데서 몇 마리 쏴유"라고 했다.

사냥꾼이 돈을 내고 총을 막 쏘려고 하는데 마침 철새들이 막 날아 오르려던 순간이었던 모양이다. 총을 쏘기도 전에 그만 철새들이 전부 후두둑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더 이상 철새들은 그 곳에 한 마리도 다시 내려앉지 않았다. 오리를 잡지 못한 사냥꾼이 화가 나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자초지종을 듣고 사기조서를 꾸미다가 기가 막혀서 물어봤다. "정말 기가 막히네유. 철새가 아저씨 꺼유? 그리구 다 날라 갔잖아유? 이거 워치게 할거유?" 하자 낚시꾼은 또 천연덕스럽게 내 뱉었다.

"괜찮아유, 갸들 내년이면 또 떼거지로 날라올 테니께유."

 

증말루 몬 말린데이~~~근디, 사실은 지두 충청거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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