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나름대로

33년의 재회

더 창공 2009. 8. 11. 12:25

33년의 재회

 

남자라면 성인식이기 보다는 군대라는 의식을 치렀을 것입니다. 방법과 시기의 차이는 있었을 몰라도 말입니다. 나는 76년 6월2일 입대하여 79년 3월3일 만 33개월 군복무를 병장으로 예편을 하였습니다.

 

내가 군 생활은 한 것은 같은 고향에 있는 부대에서 이었습니다. 병기학교를 수료하고 자대 배치된 곳이 고향 동네에 있는 부대라는 사실에 전 실망을 했지요. 차라리 아주 전방에 배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 많았습니다. 선임들은 얼마를 써서 이리로 왔느냐? 라는 질문을 수없이 해 대더군요. 고향 동네라는 점 때문에 철조망 통과를 이등병 때부터 했지요. 철조망 통과를 하려면 그래도 짬밥이 어느 정도 되어야 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그 철조망 통과의 산물은 막걸리입니다. 막걸리를 받아오는 것이 주 임무이며 몇 가지 임무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밤 중 피곤하게 취침 중인 것을 깨워 통과의 임무를 주고 임무를 완성하고 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다는 것이 술과 담배 인심인데 한잔 하라는 말은커녕 수고 했다는 말 한마디도 그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약육강식의 냉철한 전투 현장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해서 너 어디두고보자라는 무의식속에 잠재의식으로 저장을 하고 다음부터는 주전자 주둥이와 키스를 하고 모자란 부분은 맹물로 채우는 행위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토요일(8/8) 그 장본인을 비롯하여 8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옛 전우라는 이름으로 만나니 그 옛날의 바이러스로서 저장된 메모리는 삭제가 되고, 그냥 반가운 마음 뿐 다른 마음은 있을 수가 없더군요. 나보다 선임들을 비롯해 33년 만에 술 한 잔하고 노래방을 거쳐 모임이름 회비 등등........ 결성을 하고 헤어졌는데 그리 쉬운 만남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자주만나 각자의 생활 패턴도 이야기 하고 나눔으로서 늙어간다는 서글픔에서 조금의 해방감이라도 맛볼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이제는 그들을 친구라 칭합니다. 백발이 되어버린 친구 그래도 좀 싱싱해 보이는 친구의 모습이 그때의 모습은 아니지만 성장을 다한 후의 모습이라 초등학교 동창을 못 알아보는 것과는 달리 그 모습 속에서 지난 과거의 시간을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자의 끈끈한 전우애를 느낄 수 있었음에 더욱 보람 있는 하루였습니다. 서울에만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방에서 찾아준 그 친구들에게 더욱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나 몇 몇 전우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저 세상으로 삶의 주소지를 옮긴이가 몇 명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분들의 뜻이겠습니까? 이승에서의 할 일을 마치고 다른 임무를 받아 출정 명령을 받고 그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그분들의 영혼이 영원한 안식을 취하기를 바랍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짐은 우리 일상에서 자고 일어나면 행해지는 현상들입니다. 그러나 그 현상들 가운데에는 우리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또 자연히 지워지는, 지워지면 안 되는 꼭 지워져야만 되는 일들이 우리와 같이 합니다. 부정 한다고 해서 긍정으로 바뀌는 것도, 긍정 한다고 해서 부정으로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우린 그저 우리에게 다가오는 그 모든 것을 수용하고 이해하려 할 때 33년이 아니라 330년이 흐른다 해도 그것을 행복으로 승화 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날 만났던 그 친구들이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 가운데 슬픔과 기쁨을 같이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덧붙여 이번 기회에 만나지 못한 친구들도 가능하면 같은 자리에 있길 원하고 있음으로 그렇게 하려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연락이 통하면 많은 분들이 같은자리에서 같은 주제로 같은 음식을 나누며 같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 만난 친구들 -

회명 : 56정비대, 회비 : 월 2만원

회장 : 전종락,

총부 : 김대현,

회원 : 임태권, 김태선 심원수, 임중선, 정진원, 김철중 - 이상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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