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교리상식

공개적 속죄행위와 대속의 정신

더 창공 2009. 9. 23. 10:19

공개적 속죄행위와 대속의 정신

   

 이러한 속죄규율과 대속의 정신이 2-5 세기에 어떻게 구체화 되었는지 살펴 보자. 사도들의 시대 직후부터는 이런 연대책임의 정신, 대속의 정신이 구체적으로 실천되기 시작했다. 큰 죄를 지은 신자는 공동체 앞에서 일단 자기 죄를 공개적으로 고백해야 했다. 그러면 주교는 그 죄의 경중에 따라 어떤 속죄행위를 얼마 동안 해야 하는지 정해 주었다. 또한 주교는 그에게 속죄 행위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교회 공식예절에 참석할 수 없다는 파문을 내렸다.(디다케 14, 1. 17). 말하자면 큰 죄를 지은 신자를 교회 공동체에서 일시적으로 쫓아내었던 것이다. 이것은 고린도 전서 5장 11절과 13절에 나와 있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죄인은 주교가 부과한 엄격한 공개적인 보속을 실천하였다.(기원후 95년경 교황 클레멘스의 고린토서 48). 죄인이 공개적으로 속죄행위를 하는동안 교회 공동체는 무엇을 하였을까? 교회 전신자는 속죄하는 형제자매가 용서받을 수 있도록 하느님께 기도하면서(바르나바의 편지 19.4) 그가 받는 고통과 보속에 동참하였다.(테르툴리아노의 레위기 주해 2). 그러니까 초대교회 때부터 있었던 연대책임의정신, 대속의 정신이 계속해서 실천되었다. 주교는 죄인이 속죄행위를 다하고 충분히 뉘우쳤다고 판단하면 성대한 화해예절을 거행하였다. 화해예절 중에 주교는 죄인의 용서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고 성사를 받을 수 있으며 교회 공동체생활에 참석할 수 있다는 허락을 내렸다. 주교가 거행한 이 화해예절은 죄인이 하느님의 용서를 받았다고 확인해 주는 표시였다.(이냐시오의 필립비서 3,2).

6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속죄규율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주교가 집전하던 화해예절을 신부도 집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공개고백 대신에 비밀고백이 도입되는 길을 열어 놓았다. 드디어 6세기에 아일랜드에서 속죄규율 정서가 생겨났다. 이런 죄에 대하여는 이런 보속을 주라는 규정이 담긴 보속록(補贖錄)이었다. 고해신부는 고해성사를 집전할 때 이 규정서를 항상 가지고 다녔다. 이것은 다시 말해서 고해신부의 재량권이 늘어났다는 것을 뜻한다. 고해신부는 이 규정서를 기준으로 하여 고해자에게 보속을 부과했다. 이미 보았듯이 6세기 이전에는 고해자에게 보속을 부과하는 권한은 주교에게만 있었다. 그런데 그 권한을 고해신부가 가지게 된 것이니 고해신부의 재량권이 늘어난 셈이다. 고해신부는 보속을 부과할 때 신자들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엄격한 보속을 쉬운 것으로 바꿔 주었다. 예를 들면 자선이나 기도, 성지순례, 성당참배 같이 비교적 실천하기 쉬운 신심행위로 대체하였다.

 또 한가지 중대한 변화는 죽은 자들을 위한 대속(代續)의 허가였다. 보속을 완전히 끝내지 못한 채 다시 죄를 짓고 죽은 형제자매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하여 살아 있는 신자들이 대신 속죄행위를 할 수 있는 허가를 내렸다.

 

9세기에는 잠벌을 면제해 주는 관습이 생겨났다. 주교들은 공적인 전례중에 죽은 이와 산 이의 모든 잠벌을 용서해 줄 것을 하느님께 간청하는 장엄기도를 바쳤다. 또한 이런 장엄기도가 담긴 사면서를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혹은 인편으로 전달하였다. 이 사면서는 고해성사를 통해 용서받은 죄에 대한 잠벌을 용서해 달라고 하느님께 청하는 내용이었다. 이것이 좀더 발전하여 10세기에 이르러 교황들은 수도원이나 성당에 재정적 후원을 하는 신자들에게 사면을 부여하기도 하였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 그것은 속죄절차의 순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즉 초대교회에서부터 5세기까지는 죄의 고백, 보속, 화해의 순서였는데, 10세기에는 죄의 고백, 사죄, 보속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10세기에는 죄와 죄에 따르는 벌, 영벌과 잠벌이 명백하게 구별되었다. 영벌의 대상인 죄는 고해신부의 사죄경을 통해서 용서받고, 잠벌은 고해신부가 부과하는 보속을 통해서 탕감된다고 구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믿음 > 교리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수의 사용   (0) 2009.10.15
영혼과 육체  (0) 2009.10.14
그리스도인의 기도생활   (0) 2009.09.18
교회의 어머니   (0) 2009.09.11
환속  (0) 2009.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