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나름대로

십일월

더 창공 2009. 11. 17. 11:02

십일월(十一月) - 고은 -

 

 

아무도 없어서는 안 된다.

서 있는 것들은

저 바다 빈 나무로 서 있고

나도 그들과 함께 서서

오래오래 묵은 소리로

우수수우수수 몰려가는

이 세상의 여호와여 낙엽이여

내가 서서 빈 나무 되어도

나무는 나무끼리

더 이상 가깝지 않게

나무 사이의 어린 나무에게

흐른 하늘을 떼어 준다.

바람 속에서 바람도 몸임을 알아라.

바람으로 태어나

내 아들로 여호와로

이 황량한 곳을 살게 하누나.

아무도 없어서는 안 된다.

빈 나무끼리 서서

너이들 없이

어찌 이 세상 壁靑으로 녹이 슬겠느냐

진 잎새 제 뿌리 위를 덮고

사람들도 설움도 그 一部는 덮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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