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조용히 음미

아버지의 1시간

더 창공 2010. 1. 13. 10:42

아버지의 1시간

 

늦은 시간...

일에 지쳐 피곤한 얼굴로

퇴근하는 아버지에게 다섯 살 난 아들이 물었다.

 

"아빠는 한 시간에 돈을 얼마나 벌어요?"

"그건 네가 상관할 문제가 아냐.

왜 그런 걸 물어보는 거냐?"

"그냥 알고 싶어서요. 말해주세요. 네?"

"네가 정 알아야겠다면...한 시간에 20달러란다."

 

"아..." 아들은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다시 아버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빠, 저에게 10달러만 빌려 주실 수 있나요?"

아버지는 귀찮은 듯

 

"뭐하려고? 장난감이나 사려고 한다면

당장 방으로 가서 잠이나 자거라."

아들은 말없이 방으로 가서 문을 닫았다.

시간이 좀 지나니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10달러로 꼭 사야할 뭔가가 있었겠지.

게다가 평소에 자주 용돈을 달라고

떼쓰던 녀석도 아니니까.'

아버지는 아들의 방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자니?"

"아니요, 아빠..."

"아빠가 좀 심했던 거 같구나.

오늘은 좀 힘든 일들이 많아서

네게 화풀이를 했던 것 같다.

자, 여기 네가 달라고 했던 10달러다."

 

아들은 벌떡 일어나서 미소 짓고는

"고마워요, 아빠!" 하고 소리쳤다.

 

그리고 베개 아래에서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을 꺼내는 것이었다.

아들은 천천히 돈을 세어 보더니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빠, 저 이젠 20달러가 있어요.

아빠의 시간을 1시간만 살 수 있을까요?

내일은 조금만 일찍 집에 돌아와 주세요.

아빠랑 저녁을 같이 먹고 싶어요."

 

- 김 혜 민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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