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묵상

구약성서에 나타난 죽음 1

더 창공 2010. 4. 12. 10:15

구약성서에 나타난 죽음 1 (이중섭 신부)

   

구약성서에 나타난 죽음에 대한 사상은 크게 네 단계로 발전했다. 첫 번째 단계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생각하는 죽음은 이웃 나라 사람들의 생각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결혼하여 자녀들을 두고 3대, 4대 후손을 보면서 제 명대로 살다가 죽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일찍 죽거나 자손이 없이 죽는 것을 하느님의 벌로 생각했다. 이런 점에서 옛날 이스라엘 사람들의 생각은 동양의 우리들 생각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일단 사람이 죽으면 사람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하느님과의 모든 관계도 끊어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죽은 사람들은 세을이라는 지하에 갇혀 있는데 여기에는 하느님이 계시지 않기 때문이다. 세을은 하느님의 전능이 미치지 못하는 지하이고, 이곳은 살아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완전히 끊어진 곳이다. 세을에 대한 사상은 죽은 자들이 벌을 받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잔존해야 한다는 유치한 생각 때문에 생긴 것이다. 세을에 대한 사상은 특별히 시편에 잘 나타나 있다.

   

첫째 단계는 질병과 기도를 통해서 죽음의 신비를 깨닫기 시작하는 과정이다. 질병에 걸리면 하느님으로부터 버림받고 이웃들로부터도 버림받는다고 생각했다. 질병은 죽음과 같이 모든 관계가 단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느님과 이웃이 나서야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하느님의 능력과 공동체의 힘으로 질병과 죽음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대두되었다.

   

둘째 단계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세을에 대한 생각과 하느님의 전능에 관한 교리가 서로 대립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느님께서 전지전능하시다면 하느님의 힘이 미치지 않는 세을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살아 계신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일 수 없으니 죽은 사람들도 사실은 하느님 안에서 살아있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에집트 사람들에게는 망자들을 다스리는 신이 따로 있어서 죽은 사람들을 그 신에게 떠넘기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은 죽은 자들의 신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야훼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삶뿐만 아니라 죽음까지도 지배하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의 공식적인 믿음은 죽은 이들의 잔존을 단호히 거부한다. 다시 말해서 죽은 사람들이 세을 같은 곳에서 애벌레 같은 생활을 하거나 감옥생활을 한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이것은 유일신 사상 때문이다. 즉 하느님의 전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니 세을 같은 곳은 없고, 죽은 자들을 다스리는 신 같은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