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묵상

구약성서에 나타난 죽음 2

더 창공 2010. 4. 12. 10:16

구약성서에 나타난 죽음 2 (이중섭 신부)

   

세 번째 단계는 조상숭배를 포기하고 유일신 사상을 확립시키는 단계이다. 물론 이스라엘 사람들도 다른 민족들과 마찬가지로 저승과 관계를 맺으려고 했고 죽은 자들이 잔존한다는 신념을 가지려고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통적 믿음은 이런 사상을 늘 공박했다. 특별히 율법서와 예언서가 이런 사상을 공박했다. 물론 세올이 없다고는 하지 않지만(1사무 28,3-25) 죽은 자들에 대한 이러한 생각이 하느님 공경에 방해되는 장애물로 여겨졌다.

   

사실 다른 문화권의 경우를 보면, 상례예절과 조상숭배 예절이 발달한 민족들은 하느님 공경을 제대로 하지 않을 뿐더러 아예 유일신에 대한 개념이 없다. 그러니까 조상숭배와 하느님 공경 중 하나를 택하게 되는데, 이스라엘 주변 민족들은 하느님 공경을 포기하고 조상숭배 예절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조상숭배를 포기하고 유일신에 대한 신앙에 온 힘을 쏟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구약성서에 보면 조상을 숭배하는 예절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유일하신 하느님이 산 이들 뿐만 아니라 죽은 이들을 주관하시는 분이라는 믿음이 그 만큼 강했던 것이다.

   

이처럼 죽음과 관련된 모든 행위들, 예를 들면 상례예절이나 제사 등을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는 또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즉 죽음과 죄가 서로 관련된다는 사상이다. 다시 말해서 어떤 사람이 죽는 것은 그 사람이 지은 죄에 대한 대가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후대에 가서 바빌론 유배 후에 커다란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것은 전도서와 욥기의 저자가 이러한 사상을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위와 그 결과 사이에 논리적인 관계를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거기에 드러난다. 다시 말해서 어떤 사람이 고통을 당하거나 죽더라도 반드시 그 사람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죽음을 대속의 차원에서 보는 단계이다. 기원전 6세 바빌론 유배 중에 활동한 제 2이사야라는 익명의 예언자가 기록한 '야훼의 종의 노래'가 바로 이 단계를 잘 보여 준다. 고통과 죽음은 죄의 당연한 대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고통과 죽음이라는 사상이다. 그러므로 고통과 죽음은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이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하느님의 길을 터주는 구원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올은 고통 받고 죽은 의인을 더 이상 붙들어 둘 수 없게 되었다. 특별히 마카베오 하권 7 장에 보면 하느님을 충실히 섬기다 죽은 순교자가 부활할 것이라는 희망이 나타나 있다. 이처럼 마지막 단계에서 죽음은 하느님을 모시는 수단이고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수단이라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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