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훈화

사실상 사형 폐지국가가 되다.

더 창공 2008. 4. 29. 15:50
 

사실상 사형 폐지국가가 되다.

    12월 30일로 대한민국이 '사실상 사형폐지국가' 대열에 들어섰다. 법률상, 사실상 사형폐지국가를 합쳐 전 세계적으로 134번째로 맞이하는 뜻 깊은 경사다. 이로써 국내 사형폐지운동사에 큰 획이 그어졌고, 우리나라는 이제 '인권선진국'으로 들어서는 전환점에 섰다. 그 이면엔 20년 가까운 세월을 한결같이 사형폐지를 위해 헌신해온 한국천주교회의 기도와 입법 청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꾸준한 노고와 숨결이 배어 있다. 그 의미와 배경, 노력, 과제, 전망 등을 살핀다.

  종교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사형폐지국가 선언문'을 낭독하며 완전한 사형폐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반생명ㆍ반인권ㆍ반문명의 상징 '사형'이 사실상 폐지됨으로써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인 우리나라는 국제 사회에서 그에 걸맞는 위상을 확보하게 됐다. 전 세계 사형폐지국가 90개국, 전범을 제외한 모든 범죄자에 대한 사형을 폐지한 11개국, 사실상 사형폐지국가 32개국 등 133개국에 이어 사형폐지를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이처럼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데에는 1980년 신군부에 의해 사형수가 된 바 있던 김대중(토마스 모어, 82) 전 대통령의 기여가 결정적이다.

 사형수가 50명을 넘기면 사형을 집행하는 관례, 후임자에게 사형집행의 부담을 넘겨주지 않으려고 임기 말이면 사형을 집행하는 관례를 깨고 임기 말 52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오히려 3명을 무기로 감형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폐지국가가 되는 데 다리를 놓았다. 노무현(유스토, 62) 대통령 또한 김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난해 12월 31일에는 오히려 모범 사형수 6명을 무기로 감형, 사형수를 58명으로 줄였다. 또한 15~17대 국회에서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계가 꾸준히 사형폐지 입법을 청원하고 의원 입법을 통해 사형 폐지 법안을 발의한 것도 사형폐지로 나아가는 초석이 됐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사형제 폐지 입법을 권고한 것도 뜻이 깊다. 이에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도 2006년 1월 한국을 사형폐지 집중 캠페인 국가로 선정, 천주교회를 비롯한 종교계의 사형폐지운동에 힘을 실어줬다. 유엔은 지난해 11월 16일 제62차 총회 중 찬성 99개국, 기권 33개국, 반대 52개국의 표차로 '전 세계 사형 집행 유예' 결의안을 통과시켜 국제 사형폐지운동에 이정표를 세웠다. 우리나라는 당시 기권을 했지만, 사형폐지는 이제 국제적 대세가 됐다. 그럼에도 우리 사법제도에서 사형은 형법과 군형법, 국가보안법 등 32개 법률에 규정돼 있고, 사형을 법정형량으로 규정한 범죄만도 무려 89가지나 된다. 이로 인해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1997년까지 연평균 9.6명, 총 902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지난해 12월 30일 현재 사형수는 64명(31일 감형된 6명 포함)에 이른다. 문제는 여전히 사형이 선고되는데도 강력범죄는 줄지 않을 뿐 아니라 날이 갈수록 범죄가 흉포화 된다는 데 있다. 사형제 존치론 자들이 주장하는 근거인 '범죄 억지력'이 빛을 잃어가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교회는 사형제도는 형벌로서 기능을 이미 상실했다고 판단한다. 특히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은 최고 가치로 수호돼야 한다며 사형제 폐지 입법청원운동을 계속 전개하고 있다.

 "예수님도 사형수였다. 이제야 우리나라가 인권선진국에 들어서는 느낌이 들어 감격스럽다."

 2001년 5월 사형폐지소위원회가 출범했을 때만해도 사형폐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현실성이 없고 지나치게 낭만적인 생각이라는 사고가 팽배했다.

 이제는 그런 인식이 다소 바뀌었다. 사형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사형집행이 문제는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단계까지 올라왔다.

 "천주교를 중심으로 사형폐지국가 선포식이 열리면서 한국의 사형폐지에 대한 국내외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 정부나 국민, 시민사회도 사형폐지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갖게 됐고, 국제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끌어 왔다. 특히 일본은 사형폐지와 관련해 굉장히 부끄러워하면서 한국을 부러워하고 있다.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도 최근 한국이 법률적으로 사형을 폐지하면 방한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칠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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