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훈화

카이로스와 크로노스

더 창공 2008. 10. 15. 09:12

카이로스와 크로노스


카이로스는 '때'를 가리키는 시간이고 크로노스는 흘러가는 '시간'이다.

시간은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다. 헬라어로 의미 있는 시간을 '카이로스'라 하고, 무심히 지나쳐보내는 시간을 '크로노스'라 한다. 카이로스가 계획을 세워 능동적으로 만나는 시간이라면 크로노스는 관조적 시간이다. 크로노스가 단순히 나이를 먹는 시간 같은 것이라면 카이로스는 자신을 젊게 가꾸는 시간이다.

카이로스는 적극적인 시간이다. 시간은 비록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오는 것이지만, 카이로스 시간은 특별한 의미를 두고 직면하는 시간이다. 어떤 일을 목표로 정해 계획대로 수행하는 능동적 시간을 가리킨다. 일정하게 주어지는 시간을 당당하게 맞서 자신의 원하는 시간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크로노스는 유보적인 시간이다. 때론 그냥 지나가길 바라는 시간이다. 견뎌야 하는 시간이다. 조화를 고려하는 시간이다. 무심코 놓치는 시간이기도 하다. 방임하는 시간이며 피동적 시간이다. 휴식의 시간이며 재충전의 시간이다. 봉사하고 배려하는 겸양의 시간이다. 크로노스는 카이로스를 위한 시간의 여백이다.

일하는 것은 카이로스이고 쉬는 것은 크로노스이다. 카이로스 시간에는 계획대로 살고 크로노스 시간에는 계획을 쉰다. 카이로스는 속도를 내고 능률을 높이는 시간이다. 더 많이 더 열심히 노력하는 시간이다. 기한 내에 목표를 이뤄내는 시간이다. 반면 크로노스는 이를 위해 기다리고 기대하고 참고 기도하는 시간이다.

카이로스는 사랑하고 크로노스는 조정하는 시간이다. 사랑은 감정을 동반한다. 하지만 감정이 다는 아니다. 또한 사랑은 변하고 성장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갈등과 미움을 동반할 수 있다. 카이로스는 사랑하는 시간이라면 크로노스는 갈등과 미움을 조정하는 시간이다. 갈등과 미움을 푸는 시간은 성숙한 사랑으로 안내한다.

카이로스는 서두르는 시간이고 크로노스는 기다리는 시간이다. 봄이 되면 서둘러 일을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름이 되어 파종의 시기를 놓칠 수 있다. 그리고 성장하는 중간중간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추운 겨울을 준비해야 하지만 준비가 잘 되었다고 봄이 빨리 오지는 않는다. 봄이 올 때까지는 참고 기다려야 한다.

카이로스는 씨를 뿌리고 가꾸고 거두는 시간이다. 반면 크로노스는 성숙의 시간이다. 카이로스는 일하는 시간이다. 제 때 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천재지변이나 어쩔 수 없는 부족함 때문에 오는 결과는 받아들여야 한다. 카이로스가 크기를 결정한다면 크로노스는 행복을 결정한다.

카이로스는 능동적인 시간참여이고, 크로노스는 수동적인 시간참여이다. 카이로스 시간은 원하는 대로 만드는 것이다. 크기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일의 경중을 가려 우선순위를 가려 행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크로노스 시간은 객관적인 시간이다. 상황에 따라 맞춰가며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 상대적인 시간인 것이다.

카이로스와 크로노스는 날아오는 공이다. 타자는 피하던지 쳐내던지 해야 한다. 살아 있다는 것은 시간이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어떤 삶이냐를 결정한다. 시간을 분별할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카이로스와 크로노스는 멈추지 않는다. 카이로스는 스퍼트 하는 시간이고 크로노스는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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