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과 박애
성서에서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물이 불을 끄는 것처럼 자선은 죄를 없앤다."(집회 3,30) 가난한 자와 버림받은 자들이 부자의 자선을 필요로 했다면 부자들은 영혼의 안식을 위해 가난한 자들을 필요로 했을 것입니다.
자선과 박애는 종종 혼용되기도 하나 분명히 차이점과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선과 박애는 기부의 행위로써 종종 부유한자가 가난한 자에게 또는 어떤 매개자로 하여금 이루어지는 행위들을 언급하며, 자선에서는 분명히 박애보다 기부된 금품이 보다 불행한 자를 위해 사용되어져야 한다는 의미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자선은 주는 자와 받는 자 사이의 불평등한 관계를 내포하고 있는데, 자선을 받는 자가 이를 기부하는 자보다 덜 가치 있는 사회구성원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선은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기부로서 지역사회 생활이나 종교생활의 일부로 이루어집니다. 자선은 오늘날 사회복지 개념에 자리를 내주었지만 여전히 현대 사회복지의 일부를 점유하고 있으며, 박애는 보통 자선보다는 더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기부를 의미합니다. 또한 박애는 어떤 기관에게 기부되는 대규모 기부를 의미하기도 하고, 기부에는 특정한 목적이 정해질 수 있으나, 현대적 의미의 박애에는 기부된 자원이 극빈자나 개별적으로 확인된 욕구를 지닌 사람들만을 위해 사용되어져야 한다는 의미를 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교부(2세기이후 보편교회 신학의 주춧돌을 놓은 교회지도자)들은 가난한 이와 그리스도를 동일시하면서 가난의 영성과 자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그리스도인이 누구인가?'라는 사실을 가장 잘 알 수 있도록 해주는 행위가 바로 자선입니다. 자선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사랑의 실천인 것입니다. 몇 차례 자선을 베풀었다고 해서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자선의 의무와 권리가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인으로 알아보게 하고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자선입니다. 따라서 자선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증거 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적선(積善)하는 사람은 귀신도 두려워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적선에는 하늘의 힘이 담겨져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불안하면 점을 보고 부적을 붙이고 액을 쫓는 데에만 열중했지 적선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말은 쉬워도 행동은 예로부터 어려웠던 것입니다. 남을 돕는다고 모두가 적선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참된 적선은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합니다. 복음 말씀처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적선을 금전과 연관 짓습니다. 돈으로 도와야 적선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남을 돕는 일이 어찌 금전뿐이겠습니까?
불교의 보시(布施:자비심으로 남에게 재물이나 불법을 베풂)에는 세 등급이 있습니다. 첫째가 무외시(無畏施), 삶의 두려움을 없애 주는 것을 최고의 적선으로 보았습니다. 두 번째는 법시(法施), 가르침을 베푸는 것입니다. 세 번째 제일 낮은 것이 재시(財施), 재물로 도우는 것을 적선의 기본으로 본 것이지요. 그러니 진정 요구되는 것은 돈과 재물이 아니라 애정입니다. 때로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강렬한 적선이 됩니다. ‘다정한 눈빛 하나’가 어떤 행위보다 힘 있는 자선이 됩니다. 베풀면 반드시 은총이 옵니다. 하늘의 힘이 그와 그의 주변을 지켜 줍니다.
자선과기도, 단식은 우리가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가는 방법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올바른 자선과기도, 단식이란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남모르게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숨은 일도 보시기 때문입니다. 가끔 우리는 짐짓 옳고 멋진 사람이라는 걸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자선과기도, 단식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드러내 보여야만 보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숨은 일도 모두 보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전능하심을 먼저 인정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선행이나 악행은 하느님께 결코 숨길 수 없습니다. 사람을 속일 수는 있으나 하느님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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