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훈화

참으로 선한 사람

더 창공 2008. 11. 10. 14:56

참으로 선한 사람

 

좁은 집에서 여러 식구들이 복닥이며 살던 어린 시절, 마루나 방의 벽에는 아이들 각자의 키 높이대로 여러 개의 줄이 그어져 있었다. 한두 달에 한번 정도 어머니는 아이들을 벽에 세워놓고는 머리꼭지 높이에 가로로 짧은 금을 그은 후 연월일을 적으셨는데 키를 잴 때마다 매번 우리들의 성장을 놀라시고 대견해하셨다. 아이들을 기르면서 나또한 어머니처럼 벽에 아이들의 키 높이를 재어 기록하였다. 잴 때마다 손가락 한두 마디부터 무려 반뼘이나 자라 있기도 하여 아이들과 나는 놀람의 탄성을 지르곤 하였다. 이사를 하여 낯선 집의 벽에 그어진 제각각 높이의 금을 볼 때면 그 집에 살았던 아이들에 대해, 그들의 성장의 시간들에 대해 사랑스러움과 정다움을 느끼기도 하였다. 새로 도배를 하기 위해 묵은 벽지를 뜯어내거나 새 벽지를 덧발라 그들이 살았던 흔적을 없앨 때면 마음이 짠하고 미안해졌다.

이들의 자라남은 꽃이 피어나는 순간처럼 그렇게 경이롭고 비밀스럽고 고독하다. 무구하게 잠든 아이들, 자면서 크는 아이들을 보면서 종종 나는 자문하곤 하였다. 나는 이 아이들이 어떠한 사람으로, 어떠한 생을 살기를 원하는가? 그것은 어쩌면 자신의, 어지럽게 갈팡지팡 흐트러뜨린 지난날의 발자국을 돌아보는 회한이기도 할 것이다. 사랑이 깊을수록 소망은 본질적이고 단순해지기 마련인지 마음에는 끝내 ‘참으로 선한 사람이 되라’ 는......... 선한 사람이란 호칭은 언제나 온유하게, 깊은 내면적인 울림으로 와 닿는다.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세속적 성취와 성공을 이룬 사람, 부와 명예와 가시적 힘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이 세상과 우리 안에 깃든 선한 뜻과 사랑을 믿는 선한 사람 들로 인해 세상은 조금씩 평화로워지고 따뜻해지는 것일 게다.

선한 사람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자신들이 사랑받는 귀한 존재라는 확신과 더불어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다. 그것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이루고자 하는 모든 가치와 미덕을 실현시키는 힘이기도 할 것인즉,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헤아리고 함께 하려는 마음 없이는 진정한 신앙도, 미학도, 윤리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바로 사랑이고 그래서 이 고통 많은 세상에서, 자신들이 하는 일이란 넓은 바다의 물 한 방울에 지나지 않지만 그 작은 일을 함으로써 이 세상의 고통이 그 한 방울만큼은 줄어들지 않겠는가? 라고 하던 마더 데레사의 말씀은 참으로 선한 사람으로서  희생과 믿음의 극대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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