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교리상식

용서

더 창공 2009. 7. 20. 15:43

용서 (환속한신부)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살다보면 기쁜 일도 겪고, 슬픈 일도 겪게 되며, 한번씩은 화나는 일도 생기게 된다. 그러다보면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일도 당하게 되는데, 이러할 때 우리는 서로 용서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떠올리게 된다.

 

용서, 참 어렵다. 특히 나 자신은 조금도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되는 경우, 무조건적인 용서라니, 절대안 될 말이지-. 그것도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니. 일곱 번씩 일흔 번이면 얼마인가? 490번을 용서하라니 무한정 용서하라는 말이다. 게다가 우리가 진심으로 서로 용서하지 않으면 하느님께서도 용서하지 않으신다니! 용서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큰 일 나는 것이다.

 

결국 용서를 못하면 구원도 받지 못한다는 말인데, 이 용서를 어떻게 해야 할까?

* 제가 독일에서 유학할 때의 일이다. 하루는 제가 있던 교구의 총대리 신부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제 말고도 전에 서울에서 온 한국 신부가 한 명 더 있었다며 다음의 이야기를 해 주셨다. 당신이 신학교 원장으로 있을 때, 하루는 밤이 깊은 시간에 어떤 여자 분이 전화를 해서 그 한국 신부님을 찾았다. 아마 한국에서 시차를 잘 몰라 지금 전화한 것으로 생각한 그 원장 신부님은 “지금은 밤이 깊어 전화를 원장인 제 방으로 돌려 놓았는데, 지금 제가 그 신부님계신 복도에 전화를 하면 다른 사람들도 잠을 깨게 됩니다. 그러니 급한 용무가 아니면 내일 전화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그 여자 분이 이렇게 말하길, 자기가 독일 어디에서 살았는데 오늘 독일 어디로 이사를 했다면서, 그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후에 그 여자 분과 그 한국 신부님은 결혼을 했다면서 총대리 신부님은 웃음을 지어 보이셨다. 그래서 제가 한국 신부가 그렇게 했는데도 어떻게 저를 또 받아주게 되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분은 “그 신부님이 잘했다, 잘못했다는 판단은 오직 하느님만이 하실 문제입니다. 우리는 환속한 신부를 결코 죄인 취급하지 않습니다. 그분들이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2년 내지 2년 간 생활비를 지급하며, 그래서 그들은 교구와 계속 좋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라고 하시며 판단은 하느님이 하실 일이고, 우리는 기도드릴 뿐이라는 것을 강조하셨다.

 

교형자매여러분!

내가 판단하지 않는 것! 내가 판단하지 않고 하느님께 맡겨드리는 것! 이것이 용서의 기본자세일 것이다. 판단한다는 말은 심판한다는 말과 비슷한데, 심판은 하느님만이 하실 일 아니겠나? 심판할 자격이 없는 우리는 심판은 물론이고 판단까지도 하느님께 맡겨드려야 하겠다. 나에게 누가 잘했다, 잘못했다, 그래서 누구는 좋고, 누구는 나쁘다, 이런 판단은 하느님의 몫인 것이다.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그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겠다고 할 때, 그 때 우리의 마음속에는 “그 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이다.”라는 판단이 서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하느님만이 하실 일로 우리가 인정한다면, 서로 용서하라는, 그것도 무한정 용서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러분! 우리 각자는 자신이 죄를 지었을 때, 하느님께 제발 용서해 주십사 간절히 기도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하느님의 용서를 구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용서를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 주님의 가르침이다. 주님의 기도를 보라.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가 하느님께 용서를 구하려면 우리도 다른 형제자매들의 잘못을 용서해야 한다는 말씀 아닌가?

그런데도 용서가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용서 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은 하느님께 맡겨드리면서, 그들을 위해서도 우리가 기도할 수 있다면, 하느님께서는 분명 우리에게 용서의 은총을 베푸실 것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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