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훈화

소는 말이 없다

더 창공 2009. 8. 27. 16:24

소는 말이 없다

 

사람을 위하여 일하는 소는 아무 말이 없는데, 일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일 수록 불평 불만이 더 많은 것 같다.

소는 주인이 고삐만 잡으면 무조건 따라 나서려고 일어선다. 지금 주인이 밭을 갈기 위해 나서는지, 팔려고 우시장으로 가려는지, 아니면 도살장으로 끌고 가려는지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충직한 노예처럼 모든 것을 주인에게 내맡긴 채 순명만 할 따름이다. 가라고 ‘이랴’ 하면 앞으로 가고, ‘어디 어, 어디’ 하면 왼쪽으로 가고, 고삐를 당기면 오른쪽으로 가고, ‘워- 워’ 하면 멈춰 선다. 빨리 가라고 큰 소리로 ‘이랴 이’ 하며 고삐로 때리면 빨리 간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사람을 소 같다고 말한다. 꾀를 부리지 않고 일을 많이 하는 소의 근면성에서 그런 말이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 소처럼 일하는 사람을 비웃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놀 땐 놀고 쉴 때는 쉬자는 것이요,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그렇게 미련하게 일만 하느냐는 것이다. 소의 근면성을 부정하고 게으름을 피우며 한탕 하자는 기회주의가 만연해 있는 세상이다.

소가 옛날에는 생업에 많은 도움을 주는 만큼 상대적으로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요즈음은 어떠한가? 쇠고기 무게를 늘리기 위해 강제로 소금을 먹이고, 호스로 뱃속에 물을 주입시켜서 자동차에 매달아 운동을 시킨다고 한다. 이제 사람과 소는 한가족 같은 관계가 변하여 주인과 재산 관계로 바뀌었다.

소를 미련한 짐승이라고 한다. 부지런히 일하면서 불평을 하지 않기 때문에 미련하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소가 미련하지 않다는 전설이나 일화는 얼마든지 있다. 깊은 산길을 가다가도 무서운 짐승이나 호랑이를 만나면 소는 미리 알아보고, 버티고 서서 큰소리를 지르며 더 이상 가려고 하지 않는다. 주인에게 무서운 짐승이 있으니 대항할 준비를 하라고 알려주는 몸짓이다. 이럴 때 주인은 사나운 짐승과 싸우는데 지장이 없도록 고삐나 코뚜레까지 풀어주어야 한다. 만약 호랑이가 덤비면 소는 주인을 사타구니 사이에 끼고 맹수와 싸우며 절대로 주인을 해치지 못하게 한다. 이른바 자기 몸은 뜯겨 죽는 한이 있어도 주인을 지키겠다는 충성심의 발로인 것이다.

소는 그렇게 주인을 위해서 충성을 다 바치지만 자기를 위해서는 좀처럼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다. 다만 새끼를 잉태하려고 수놈을 부를 때나 새끼가 멀리 떨어져 보이지 않을 때 애타게 울어댄다. 또 들판에서 밤이 깊도록 주인이 찾아오지 않으면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소리지른다. 그리고 자기의 죽음을 예견했을 때는 눈물을 흘리며 운다. 돼지는 도살장에 들어갈 때도 쩍쩍거리고 먹으며 들어가지만, 소는 동족을 도살한 흔적이 있는 장소나 그 근처에는 절대로 가지 않으려고 한다. 도살장에 강제로 끌려 들어갈 망정 스스로 걸어 들어가지 않는다.

소는 오직 사람을 위해 세상에 존재하는 동물이다. 주인을 위해 발톱이 닳아빠지도록 일하고 떠날 때도 재산을 늘려 주기 때문이다. 주인을 위해 평생 몸을 바쳐 일을 해 주면서도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투정도 하지 않는다. 자기가 한일에 대하여 공치사도 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가련한 것은 일하고도 먹지 못하는 것이요, 그 대신 가장 가증한 것은 놀고도 잘먹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소의 충직성과 일정한 직업 없이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산으로 잘먹고 잘 살아가는 사람들을 빗대어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사회가 다변화될수록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사람들이 많은데 소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늘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사람이란 어떠한가. 능력 이하의 일을 하는 사람일 수록 끊임없이 불평을 털어놓는다. 상대방에게 조금만 무시를 당해도 그 몇 배의 앙갚음을 하지 못해 통한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다.

소는 어떠한가? 죽도록 일을 해주고 마지막엔 자기의 고기와 가죽까지 주인에게 주고 간다. 그래도 소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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