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묵상

메뚜기의 기도

더 창공 2009. 11. 27. 11:28

메뚜기의 기도     - 드루트마르 크레머 신부 -

 

주님,

좌골보다 다리에 살이 더 많은 나는

천부적으로 높이 뛰는 재주를

받았나 봅니다.

 

온종일을 풀잎에서

졸음으로 세월을 보낸다면

얼마나 지루하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갑자기 훌쩍 높이 뛰어 보면서

무료한 시간을 달랜답니다.

 

물론, 이 재주부림은 종종

별로 좋은 인상은 주지 못하지요.

'남을 놀라게 만드는 존재'로 나는

불청객이 되곤 합니다.

신경 날카로운 이웃들에겐

얼마나 참기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주님,

혹시 나더러

의욕이 넘친다고 하시는지요?

그래서가 아니랍니다.

 

뛰는 것 말고 제게

다른 볼일이 있어야지요.

열성을 제게 주신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힘 있는 다리에,

커다란 눈에,

녹색으로 치장된 나는

황후인가요?

곡마단의 광대인가요?

아니면 허풍 덩어리 문제아인가요?

 

언제나 이런 선입견은 있나 봅니다.

역시 나는

당신께서 거하신다는,

저 높은 곳을 사랑하는

한낱 미물이지요.

 

주님,

당신을 찬미하기 위해서 나는

저 높은 곳을 향해

이렇게 훌쩍훌쩍 뛰는 겁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