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교리상식

죽음을 맞이하는 단계 5

더 창공 2010. 4. 1. 10:25

죽음을 맞이하는 단계 5

   

갑자기 죽는 경우가 아니고 시간 여유를 가지고 죽음을 맞이하면서 앞의 네 단계를 다 거친 사람은 드디어 자기의 운명에 대하여 분노하거나 우울 해 하지 않는 마지막 단계로 들어간다. 이 단계를 긍정 혹은 순응의 단계라고 한다.

   

이 단계에 도달한 사람은 그전에 자기의 마음속에 스쳐간 감정을 털어놓을 여유가 생긴다. 다른 사람들과 건강한 사람들에 대해서 질투하는 감정이 있었다는 것, 다른 사람들은 왜 자기처럼 당장 죽지 않는지 그런 것에 대해서 화를 냈었다는 등 지난 감정의 동요에 대하여 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정든 곳을 떠나야 하는 것을 아쉬워하고 한탄하는 말을 솔직히 털어 놓는다. 이것은 이제 환자가 자기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일 만한 준비가 되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마지막 단계에 임종자가 행복한 감정을 갖게 된다고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이 단계는 감정의 공백기라고 할 수 있다. 몸부림과 고통의 시간을 겪고 나서 머나먼 길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잠깐 휴식의 시간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임종자가 죽음을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게 되면 관심세계가 좁아진다. 가급적이면 혼자 있고 싶어 하며 바깥세상의 소식이나 골치 아픈 일에 마음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이 마지막 단계에서 문제가 되는 사람은 죽음을 앞둔 환자가 아니라 그 가족들이다. 임종자가 가족을 포함해서 세상으로부터 서서히 정을 떼는 마지막 단계에 오면 오히려 가족들이 괴로워한다. 환자가 주변 세상으로부터 심지어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까지 한 걸음씩 멀어져 가는 것을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자가 가까운 친구들이나 자녀들에게만 문병을 허락한다면, 환자가 세상의 인연을 서서히 끊어가면서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가까운 가족이나 찬척들은 이것을 오해할 수 있다. 환자가 자기에게 무슨 원한이 있어서 자기를 안 만나려고 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죽어가는 사람이 생전에 맺어온 그 많은 인연의 끈을 끝까지 붙잡고 매달린다면 어떻게 평안히 죽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환자가 일단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지막 단계에 들어가면 정신적으로 약간 이완되고 외부의 간섭이나 소란을 아주 싫어한다. 환자가 외부의 간섭이나 소란을 극도로 싫어한다면 그것은 죽음이 임박했다는 신호이다. 이런 마지막 시간이 되면 말이 필요 없다. 그냥 손을 꼭 잡으며 잠자코 곁에 있으면 되고, 혹시 무슨 말을 하면 잘 들어 주기만 하면 된다.

   

죽음 그 자체는 사실 두려운 것이 아니다. 다만 죽어 가는 과정 즉 임종이 두려운 것이다. 사람들은 죽어 가는 동안 고통 받을 것을 두려워하고, 혼자 당해야 하는 고독을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임종을 앞둔 환자와 함께 있어 주고 마음으로 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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