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교리상식

죽음을 맞이하는 단계 3

더 창공 2010. 3. 23. 10:32

죽음을 맞이하는 단계 3 (이중섭 신부) 

 

환자가 죽음을 맞이하는 셋째 단계는 타협이다. 하느님과 타협하려는 이 단계는 기간이 짧지만 환자는 어떤 형태로든 이 과정을 거친다. 둘째 단계에서 사람들과 하느님께 노골적으로 화를 내는데 그것이 통하지 않음을 알면 환자는 드디어 하느님과 타협을 시도한다. 그것은 자기가 죽어야 한다는 기정사실을 어떻게든 연기해 보려는 목적에서이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기도한다. "하느님, 이번에 저를 살려 주시면 앞으로는 열심히 신앙생활하고 성당에도 열심히 다니겠습니다. 주일미사는 물론이고 평일미사에도 열심히 참석하고, 매일 아침, 저녁기도도 열심히 바치고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느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꼭 이렇게 기도하지 않더라도 죽음을 앞둔 사람은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맹세를 하면서 하느님께 애걸한다.

   

이것은 아이들의 예를 들어보면 잘 알 수 있다. 아이들은 자기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처음에는 무조건 달라고 요구하다가,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 다음에는 애걸한다. 예를 들면, 친구 집에 가서 밤샘을 하겠다고 하는데 부모가 "안 돼!" 라고 하면 토라져서 방문을 닫아걸고 방에 틀어박혀있다. 이것은 부모님의 거절에 대해서 화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화를 내도 부모님이 들어주지 않으면 생각을 고쳐 다른 작전을 편다. 예전 같으면 시켜도 하지 않을 집안일을 자진해서 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식으로 부모님과 타협하는 것이다.

   

죽음을 앞둔 환자도 이와 같은 방법을 쓴다. 그동안 제대로 하느님을 섬기지 못한 것을 뉘우치고 아무렇게나 살아온 지난날을 후회하면서 살려만 주신다면 하느님께 봉사하며 살겠다고 하느님께 맹세하고 하느님과 타협한다. 맹세를 통해서 하느님께 애걸하고 하느님과 타협하는 목적은 어떻게든 죽음이라는 불행을 뒤로 미루어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병이 나아서 병원을 걸어 나가면 그런 맹세를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동생과 싸웠다고 해서 부모로부터 혼이 난 어린이가 "다시는 동생과 싸우지 않겠습니다." 라고 단단히 약속해 놓고서 그 다음날이면 다시 동생과 싸우는 것과 비슷하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맹세는 죄의식과 관련이 있다. 즉 그러한 맹세 뒤에는 그동안 제대로 하느님을 섬기지 못하고 신앙생활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의 가족과 사제들은 환자가 어떤 죄의식을 품고 있는지 알아내서 그 죄책감을 풀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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