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공감

유통 기한

더 창공 2010. 6. 30. 10:45

유통 기한

 

 

짙은 어둠을 뚫고 한 청년이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오랫동안 씻지 않았는지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풍겼다. 청년은 진열대에서 먹음직스러운 빵을 집어 들고 무엇인가 확인하기 시작했다. 주인으로 보이는 여인이 경계하는 눈빛을 숨기며 말했다.

“손님, 어떤 빵을 찾으십니까?”

“유통 기한을 봤어요.”

“아, 이미 확인했기 때문에 이상 없을 거예요.”

“네, 모두 정상이군요.” 청년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밖으로 나갔다.

 

길 건너 편의점이 또 눈에 들어왔다. 노인이 혼자 계산대를 지켰다. 청년은 심호흡하고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반갑게 맞이하는 노인을 뒤로하고 청년은 빵 진열대 쪽으로 성큼 걸어가 유통 기한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살짝 넘었다. 그러자 청년은 기다렸다는 듯 진열대 위에 놓인 빵을 들고 밖으로 뛰어나가 버렸다. 쫓아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청년은 전봇대에 기대 고동치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때 편의점에서 노인이 뛰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청년은 골목 안쪽에 앉아 있다가 편의점 반대 방향으로 유유히 걸었다. 50미터 정도 걸었을 무렵, 청년의 어깨에 투박한 손이 가볍게 내려앉았다. 편의점 노인이었다. 청년은 들고 있던 빵을 내밀며 말했다.

“먹을 게 없어서 훔쳤습니다. 자정을 넘겨 유통 기한이 지난 빵이에요.”

노인이 상의 주머니에서 우유를 꺼내 주며 말했다.

“목이 멜 테니 우유와 먹어요.”

“......”

“젊은이, 인정에는 유통 기한이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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