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이어가 주는 교훈
우리가 밟고 살아가는 이 땅을 지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지구는 또 다시 넓고 넓은 우주 속에 태양을 중심으로 자전과 공전을 하는 하나의 행성입니다. 이런 행성이 태양계에만 무려 9개나 있으며, 이 지구를 우주에서 바라보면 하나의 공이 공중에 떠있는 모습인데 우리는 지금 이런 공위에서 그것도 우주 속에 떠 있는 공위에서 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산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적은 당장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기적으로 생각하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내 삶 속에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 날수 있을까? 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 기적은 어떻게 하면 우리의 필요를 채우며 열두 광주리를 남길 수 있느냐 보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이 기적사건 이후에 예수님의 가르침에서 찾아 볼 수가 있습니다.
다음은 정진석 추기경님께서 말씀하신 요지의 내용입니다. 그냥 참고만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 ‘오병이어’ 일화는 기적 아닌 사랑... 그 말끝에 정 추기경은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 일화를 꺼냈다. 갈릴리 호숫가 언덕에서 예수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의 군중을 배불리 먹였다는 이적 일화다. 정 추기경은 그 사건을 ‘기적’으로 풀지 않았다. 대신 ‘예수의 마음’과 ‘예수의 사랑’으로 풀었다. “성경을 보세요. 어린이와 여자를 빼고도 5000명이 모였죠. 그럼 적어도 7000∼8000명은 됐다는 겁니다. 예수님은 그 사람들을 50명씩, 혹은 100명씩 무리 지어 앉게 하셨어요. 서로 낯선 이들이었죠.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죠. 물론 그중 일부는 같은 마을 사람도 있었겠죠.” 당시 예수는 다섯 개의 빵과 두 마리의 물고기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감사의 기도를 올린 뒤 제자들에게 빵을 떼어 모인 이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러고도 남은 조각을 주워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고 성경에는 기록돼 있다. 정 추기경은 사람들 사이에는 ‘친밀도’가 있다고 했다. “가장 친밀한 이들이 가족이죠. 그 다음에 학벌로 뭉친 이들, 이권을 위해 모인 사람들 등이죠. 그럼 가장 친밀도가 낮은 이들은 누굴까요. 시장 바닥에 모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언제 볼지 모르는 사람들이죠. 그래서 마음을 안 여는 사이죠. 갈릴리 호숫가 언덕에 모인 이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었죠.” 정 추기경은 예수가 올린 ‘감사의 기도’에 주목했다. “그게 어떤 기도였을까요. 그건 ‘마음을 열어라. 하느님께 감사하라’는 내용이었을 겁니다. 그런 예수님의 기도를 듣는 순간 사람들의 마음이 열린 겁니다. 그래서 저마다 품 안에 숨겨 두었던 도시락을 꺼냈던 거죠. 그리고 낯선 사람들과 나누기 시작한 겁니다. 자신이 굶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죠. 그렇게 나누고 남은 게 열두 광주리를 채웠다는 겁니다. 거기에 ‘오병이어’ 일화의 진정한 뜻이 있습니다.” 그건 나누면 나눌수록 더 풍요로워진다는 강렬한 메시지였다.
▶ 사람들 마음 여는 기적 필요한 때 -그럼 ‘오병이어’ 일화에서 예수가 보인 기적은 무엇입니까. “성경에는 물고기 한 마리가 두 마리, 세 마리로 불어났다는 기록은 없어요.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얘기도 없어요. 그럼 예수님이 보이신 진정한 기적은 뭘까요. 다름 아닌 꼭꼭 닫혔던 사람들의 마음을 여신 거죠. 사람들이 예수님의 마음, 예수님의 사랑으로 이웃과 도시락을 나누게 하신 거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적이죠. 지금 우리에게도 그런 마음이 필요한 겁니다.” -그런 마음이라면. “10년 전 외환위기 때를 보세요. 우리 국민은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했죠. 그런 공동체 의식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한마음이 돼야 합니다. 한 배를 탔다는 공동체 의식이 있으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어요.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고가 아닙니다. 다 함께 살아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정 추기경은 ‘동물의 세계’를 보라고 했다. 거기에 오히려 배울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동물의 세계를 보세요. 사자가 먹다가 남기면 독수리가 와서 먹죠. 독수리가 남기면 그 다음으로 약한 동물이 와서 먹죠. 그렇게 다들 와서 남김없이 다 먹죠. 그게 공평입니다. 그게 자연의 섭리죠. 동물의 세계는 창조주께서 설정하신 섭리를 곧이곧대로 따르는 사회니까요.” -인간은 어떻습니까. “동물에겐 자연의 질서를 따르는 ‘본능’이 있죠. 반면 인간에겐 ‘자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욕망을 절제할 수도 있고, 남용할 수도 있고, 악용할 수도 있죠. 자유를 잘 쓰면 달라지죠. 희사하고, 기부하고, 약자를 도와주는 선행은 인간의 자유 의지에서 우러나는 거죠. 동물의 세계에는 그런 게 없어요. 자신을 희생하면서 남을 살리는 일, 그건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이죠.” 정 추기경은 여기에 열쇠가 있다고 했다. 경제 한파의 어둡고 긴 터널을 우리가 어떻게 지나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있다고 했다. - 아 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