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훈화

악령(1)

더 창공 2009. 1. 13. 12:19

악령(1) 

  전 세계 종교에서 초월적 영역과 현세적 영역을 중재하는 사악한 영적 존재·힘·원리.

고대 그리스에서 악령(그리스어로 daimon)은 초자연적인 힘을 의미했고, 호메로스는 '다이몬'이라는 용어를 신이라는 뜻의 '테오스'(theos)라는 용어와 거의 같은 뜻으로 썼다. 다만 신의 인격을 강조할 때는 '테오스'라는 용어를 쓰고, 신의 활동을 강조할 때는 '다이몬'이라는 용어를 써서 구별했다. 그러므로 '다이몬'은 어떤 특정한 신이 한 일이 아닌, 갑작스러운 초자연적인 개입이나 예기치 않은 초자연적 개입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것이 통례였다. 악령은 대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힘으로 간주되었으며, 각 사람은 악령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헤시오도스(BC 8세기경) 시대에는 황금시대(그리스 신화에서 인류가 평화롭고 순결한 생활을 하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죽어서 악령이 되었다고 믿었다. 그 후 철학자들은 악령이 신보다는 지위가 낮아서 영원히 사는 존재는 아니지만 인간보다는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도들은 이교신들의 행위를 타락한 천사인 악령의 짓으로 돌렸다. BC 6세기에 페르시아의 예언자 조로아스터가 창시한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사악한 영(靈)인 앙그라 마이뉴(나중에는 아흐리만이라고 불렀음)가 악령(다에바)들의 우두머리였다. 악령들은 선한신 아후라 마즈다(나중에는 오르마즈드라고 불렀음)와 끊임없이 싸움을 벌인다.


  유대교의 악령들은 바빌론 포로기 이후(BC 538~)의 고대 근동지방과 조로아스터교의 악령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유대교에서 분류하고 있는 악령의 계급은 매우 다양하다. 사악한 힘들(히브리어로는 '셰딤' 또는 '세이림':'셰딤'은 '악령'과 이방신들을 가리키는 말이고, '세이림'은 '조잡한 악령'이라는 뜻)의 우두머리는 사막·광야·폐허·묘지에 살면서 인간에게 온갖 육체적·심리적·정신적 혼란을 일으킨다고 믿었다. 이 악령의 우두머리는 사탄(적대자), 벨리알(사악함·암흑·파괴의 영), 마스테마(증오·적대)를 비롯해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다. 〈구약성서〉는 사탄을 하느님의 천상 법정의 고발자로 묘사하고 있으나(즈가 3, 욥기 1~2), 사탄이나 악의 우두머리 밑에 있는 악령들의 계급은 신구약 중간기 문학과 후기 유대교에서 자세히 설명되었다.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악령의 계급은 유대교와 조로아스터교, 영지주의(靈知主義:물질을 악한 것으로 정신을 선한 것으로 여기며 비의적인 지식, 즉 영지(gnosis)를 통해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혼합주의 종교의 이원론적 신앙체계), 그리고 그리스도교에 굴복한 토착종교 등 다양한 자료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신약성서〉에서 예수는 바알세불을 악령의 우두머리라고 말하여 사탄과 동일시했다. 중세기와 종교개혁시대에는 다양한 악령의 계급이 생겨났다. 7가지 큰 죄와 관련된 악령의 명칭은 각각 루시퍼(교만), 맘몬(탐욕), 아스모데우스(정욕), 사탄(분노), 베엘제불(과식), 레비아단(질투),벨페고르(게으름)이다.


  이슬람교에서 말하는 악령의 우두머리는 이블리스이며, '샤이탄'(사탄)이나 '아두알라'(신의 적)라고도 부른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악령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이슬람교의 악령론에서 이블리스는 대체로 인간에게 나쁜 조짐을 알려주는 영적 존재인 '진'(Jinn)의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이다. 힌두교의 '아수라'(조로아스터교의 아후라)는 '데바'(신)와 대립하는 악령들이다. 아수라는 '나가'(뱀의 악령)·'아히'(가뭄의 악령)·'캄사'(우두머리 악령) 등 여러 등급으로 나뉜다. 인간을 괴롭히는 악령 중에는 묘지에 자주 나타나는 기괴한 모습의 '라크샤사'와 사람이 사고로 죽은 현장에 나타나는 '피샤카'가 있는데, 라크샤사는 사람들에게 어리석은 짓을 하도록 강요하고 '사두스'(숭고한 인간)를 공격한다. 불교도들은 인간이 '니르바나'(열반 또는 모든 욕망이 사라진 상태)를 얻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힘을 악령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악령으로는 유혹자의 우두머리인 '마라'를 들 수 있는데, 그는 자기 딸인 '라티'(욕망)·'라가'(쾌락)·'타나'(조바심)와 함께 고타마 싯다르타(붓다)를 유혹하여 깨우침을 얻지 못하게 하려고 애썼다. 대승불교가 티베트·중국·일본 등으로 전파됨에 따라 이 지역의 민속 신앙에 들어 있던 많은 악령(예를 들면 중국의 '귀신[鬼神]', 일본의 '오니[鬼]')이 불교 신앙에 통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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