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의 의미와 목적
안식일의 뜻은 '중지하다' 또는 '그만두다'라는 뜻의 샤바트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이 금요일 해질 무렵부터 다음날 어두워질 때까지 휴식하며 거룩하게 지키던 날을 안식일이라 합니다. 시간 구분은 성서에 나오는 창세기 1장 “천지창조”로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킴으로써 오랜 역사 가운데 단결을 유지해왔으며, 그날은 하느님과 맺은 영원한 계약을 기억하게 해주는 즐거운 날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예언자들은 유대인들에게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하느님의 계명을 일깨워주어야 했으며, 안식일 준수에서 가장 근본적인 것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에,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방랑했던 40년 동안 안식일에 만나(하늘에서 내려온 빵)를 거두지 않게 하려고 금요일에는 2배의 만나를 내려주었습니다. 마카베오 시대(BC 2세기)에는 유대인들이 안식일에 무기를 들고 방어를 하느니 차라리 살육당하는 편을 택할 정도로 안식일을 엄격하게 지켰으나 그렇게 하다가는 멸종당할 수도 있음을 깨닫고는 안식일에 다시 공격해오면 싸우기로 결정했습니다. 탈무드는 이 결정을 인정했으며, 생명이나 건강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경우, 39가지 금지된 노동이 유예된다고 말하면서,
"안식일이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에 주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 규정 속에는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는 일, 소가 웅덩이에 빠지더라도 건져내서는 안 되며, 식사를 준비하는 일, 바느질 하는 일, 안식일에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도 제한되어 있었고, 물건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도 금지 사항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병 고침 받은 사람의 죄목이 바로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안식일에 선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 "안식일에 너희 아들이나 너희 소가 우물에 빠졌다면 내버려 두겠느냐?"라는 정면적인 질문을 하심으로써 당대의 율법 학자들의 빗나간 준법 태도에 대해서 엄한 질책을 하신 것입니다. 즉, 예수님은 축자적이고 협소화된 법의 해석에서 이탈하여 안식일 법의 근본정신이며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의 해방"과 "인간사랑"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종교적인 유대인들은 이런 규례를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종교적인 규례를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신심(信心)'이 좋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과연 율법의 바른 정신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렇게 지키는 것이 하느님께서 십계명을 제정하신 이유에 부합하는 일인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이라는 계명을 지키는 일에는 열심이었는데, 왜 그것을 지켜야 하는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의 관심은 사람들에게 있었습니다. 사실 매일 먹고 노는 부자들에게 안식일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매일이 안식일이죠. 안식일이 필요한 사람들은 노동자들이나 노예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도 정통파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엄숙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보수파 유대인들의 관습은 다양하며, 그중 몇몇 사람들은 안식일에 여행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몇 가지 규정을 수정하려고 하며, 개혁파 유대인들은 어떤 경우에도 일요일에 회당예배를 올리기도 하고, 종교개혁 이후의 그리스도교 교파들 가운데 제칠일 안식일 예수재림교회를 비롯한 몇몇 교파는 토요일을 휴식과 예배의 날로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생업을 위해서 정신없이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재충전할 수 있는 쉬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안식일은 우리에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쉬는 여유를 줍니다. 안식일은 나 자신과 가족, 친구, 그리고 특히 하느님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며, 안식일은 바쁜 일상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것을 막아줄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육체적인 휴식, 심리적인 안정감과 신앙생활의 영적인 면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주일은 주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제약하는 바쁜 생활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고 하느님만이 우리에게 주실 수 있는 평화를 가지게 해 줍니다. 그리고 인간을 창조하신 목적대로 하느님께 흠숭과 예배를 드리고 그분께 영광과 감사를 드릴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갖게 해 줍니다. “네가 삼가 안식일을 짓밟지 않고 나의 거룩한 날에 네 일을 벌이지 않는다면 네가 안식일을 ‘기쁨’이라 부르고 주님의 거룩한 날을 ‘존귀한 날’이라 부른다면 네가 길을 떠나는 것과 네 일만 찾는 것을 삼가며 말하는 것을 삼가고 안식일을 존중한다면, 너는 주님 안에서 기쁨을 얻고 나는 네가 세상 높은 곳 위를 달리게 하며 네 조상 야곱의 상속 재산으로 먹게 해 주리라.” 주님께서 친히 말씀하셨다.(이사 58, 13-14) - 아 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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