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세
링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한 경우가 늘 희박하였기 때문에 어떻게 성공을 하느냐가 아니라, 실패를 어떻게 딛고 일어서느냐 이었습니다. 그에게 '대통령'은 삶의 마지막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노예 제도 폐지'에 반기를 들고 떨어져 나간 남부 연합을 껴안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국가가 분열되는 위기를 막은 링컨은 1963년 노예 해방령을 선포하고 그 이듬해 또 한 번 대통령에 재선됩니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도전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그의 승리였습니다. 링컨이라는 실패자의 낮은 자세의 여유가 오래도록 우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편하고 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세는 눕거나 엎드리는 자세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잠을 청하기도 하고 내일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가장 본능적인 가장 낮은 자세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꿈이 많은 사람이라도 서서 자는 사람은 본적도 들은 적도 없으니까요.
군대에서 생과사의 갈림길, 전투에서 가장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자세는 속도는 느리지만 낮은 포복 자세가 아닌가합니다. 이 자세 또한 살아남아 조국을 지키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위에 잠시 움츠리는 도약의 발판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천진난만하고 행복한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궁둥이를 하늘로 들고 낮은 포복자세로 자는 아이들을 우리들이 봤을 땐 엄청 불편해 보이는데 아이 자신은 그것이 가장 편한 자세이기 때문에 그런 모습으로 자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매우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길 것입니다.” 많은 정치인들은 그리 말 합니다. 왜 일까요? 그런 낮은 자세의 모습으로 가장 원초적인 모습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국민을 사랑하겠다는.... 그러나 요즘의 그것들은 모두 허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불교에서 '하심(下心)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마음'을 가리킵니다.
병법에도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고, 죽으려 하면 살 것이다” 하였습니다. 인생은 어차피 태어날 때부터 죽음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너도 죽고 나도 죽습니다. 죽음의 심판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죽음 앞에 행복해지기 위해서 죽음 뒤에 오는 삶을 위해서라도 비겁해지면 안 됩니다. 우리의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얼마 전 2차 오체투지 순례단을 이끌고 107일째 되는 날 서울 시청에 입성하여 조계사까지의 여정이 있었습니다. 이분들의 간단한 말씀을 들어보면
수경스님 -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이 땅의 품에 안기고자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생명의 근원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온 숨을 땅에 바치고, 땅이 베풀어 주는 기운으로만 기어서 가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나의 오체투지가 온전히 생명과 평화의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문규현 신부 -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 8,32)" 다시 순례 길을 떠납니다. 다리 불편한 스님과 늙은 사제입니다. 이 둘이 오체투지, 온 몸을 땅에 내리고 보듬으며 갑니다. 가늠도 안 되게 고되고 하염없이 느린 길을 기꺼이 갑니다. 허나 우리의 고행이 도리어 생명의 길, 희망의 길이 되길 바랍니다. 이 순례가 위로의 길, 용기의 길이 되길 바랍니다. 이 여정이 민족의 길, 화해의 길이 되길 바랍니다. 라고 말입니다. 이 여정은 특히 손에, 가슴에, 생활 속에 촛불을 피어올린 청소년들과 수많은 국민들에게 드리는 사랑과 존경의 표현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내가 진실로 말한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라고 말입니다. 어른인 우리는 어린이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는 있습니다. 믿고 맡기는 자세입니다. 엄마와 함께 있는 아이처럼 되는 것이지요. 그런 아이는 편안합니다. 전부를 맡기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맡기는 삶’을 살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주님의 평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아 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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