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나름대로

팔자에 대한 집착이 팔자가 된다

더 창공 2009. 9. 21. 10:32

팔자에 대한 집착이 팔자가 된다

 

과연 팔자라는 게 있는가?

 

이 물음과 관련하여 리이위(李一宇)가 쓴

[세치 혀가 백만 군사보다 강하다]라는 책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아주 영험한 도사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점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는데,

어느 날 과거 시험을 보러 가는 수재 세 명이 찾아왔다.

그들은 누가 과거에 합격될지 알고 싶어 도사에게

뜻을 밝힌 후에 향을 피우고 절을 올렸다.

도사는 눈을 지그시 감더니 그들에게 손가락 하나를

내밀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도사는 먼지떨이를 흔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가보세요, 그때 가면 자연히 알게 될 거요.

이것은 천기라서 누설할 수가 없습니다"

세 명의 수재는 궁금했으나 그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수재가 돌아간 후에 시종이 호기심이 차서 물으니

이미 밝혔다고 말했다. 시종이 다시 물었다.

 

"그럼, 스승님께서 손가락 하나를 내민 것은 무슨 뜻입니까?

한 명이 합격된단 말입니까?"

"그러니라."

"그들 가운데 둘이 합격된다면요?"

"그럼, 하나가 합격되지 못한다는 뜻이니라."

"그들 셋이 모두 합격되면 어떻게 하죠?"

 

"그때는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합격된다는 뜻이니라."

시종은 그때서야 깨닫고 나서 말했다.

"이것이 바로 '천기'였군요."

 

사주팔자를 불신하는 시각은 조선시대 일화에도 드러난다.

 

성종(成宗)은 자신과 사주가 똑같은 과부가 성 안에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서 그 과부를 불려 들여

살아온 인생역정을 물어보았다.

과부의 삶은 다음과 같았다.

성종이 세자로 책봉되던 해에 이 여인은 어머니와 사별했고

성종이 임금으로 등극하던 해에 이 여인은 남편과

사별하여 과부가 되었다.

따라서 성종은 자신에게 경사스러운 일이 있던 해마다

이 여인에게는 불행한 일이 겹쳐서 지금은 밥을

빌어먹고 있는 처지임을 확인하고는

'못 믿을 건 사주로다'하며 개탄하였다고 한다.

 

명종(明宗) 때 소문난 점술가 홍계관(洪繼寬)은 당대의

명정승 상진 대감의 사주를 풀어 모년 모월 모일에

죽을 것이라 예언했다.

대감은 그날을 당해 죽을 준비를 하고 기다렸는데도 15년을 더 살았다.

이에 대감이 홍을 불러 죽지 않은 이유를 따지자

그는 언제 어디에선가 죽을 목숨을 살려준 음덕이 있었을 것이며,

그 음덕 때문에 수명이 연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상진대감은 '사주란 하늘이 정해준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구먼' 하고 비꼬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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