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교리상식

죽음을 맞이하는 단계 1

더 창공 2010. 3. 23. 10:32

죽음을 맞이하는 단계 1 (이중섭 신부)

 

사람은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죽음을 체험한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자기 죽음을 체험하는 것은 단 한 번뿐이고 사실은 다른 사람의 죽음을 목격할 뿐이다. 심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의 죽음을 '구경'할 뿐이다. 죽음은 당사자가 죽는 그 순간에 체험하는 것이지 다른 누구도 대신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람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죽음을 체험하고 죽어 가는가? 그리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구경하는 사람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 문제에 관해서는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가 단연 세계 최고의 권위자이다. 그녀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나 미국 시카고 대학병원 부원장을 역임했으며 20년 동안 임종환자들을 돌보면서 임종환자들이 어떻게 죽어가며 그들에게 어떤 배려를 해야 하는지를 터득하고 <인간의 죽음> (카톨릭 출판사. 1988년) 이라는 책을 냈다. 퀴블러로스가 말하는 죽음의 단계는 다섯 단계로 나누어진다. 물론 이 다섯 단계는 사고 등으로 갑자기 죽거나 장수를 누린 후 정상적으로 죽는 경우가 아니라 암이나 기타 다른 병으로 인해 일찍 죽는 임종자들에게 해당한다. 첫 단계는 자기가 죽으리라는 사실을 철저히 거부하고, 두 번째는 분노하고 발악하고, 세 번째는 하느님과 타협하고, 네 번째 우울 한 상태를 거쳐 마지막으로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죽을병에 걸렸다는 통보를 받으면 그 첫 반응을 이렇게 보인다. "뭐야? 난 아니야! 뭔가 잘못되었을 거야!" 그래서 재검사를 하고 그래도 똑같은 결과가 나오면 병원을 옮겨서 다시 검사를 받는다.

   

우리는 죽음을 앞둔 사람의 이러한 거부와 부정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한다. 불치병을 선고받은 환자는 자기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잠시 생각했다가도 즉각 그런 생각을 떨쳐 버린다. 그래야 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죽을병에 걸렸다는 통보를 받고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필요하다. 이런 거부반응은 충격적인 소식에 대한 완충작용을 하며, 환자로 하여금 자신을 가다듬고 정신을 차리게 해 주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거부반응이 없다면 환자는 다른 격렬한 방어수단을 찾게 마련이다.

   

그러나 환자들 대다수는 그렇게 심한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가끔 자기의 병세를 이야기하다가도 자기가 죽는다는 사실을 감당하지 못하겠다는 심정을 갑자기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자기가 죽는다는 사실을 도저히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거부반응을 포기하고 다른 방어수단을 사용하는데, 그것은 고립이라는 방어수단이다. 즉 사람을 만나기를 꺼리고 아무하고도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러한 환자들을 둔 가족들은 환자의 이런 심정을 헤아려 가급적이면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끈기 있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환자가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