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교리상식

동방교회의 연옥교리

더 창공 2010. 5. 13. 09:39

동방교회의 연옥교리 (이중섭 신부)

   

연옥교리는 상당히 긴 기간을 거쳐서 발전되었다. 초대교회에서 시작되어 13세기에 가서야 비로소 완성된 연옥교리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 보겠다.

   

연옥교리가 가능한 근거는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즉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가 필요하다는 것과 죽은 후에 영생으로 들어가려면 정화가 필요하다는 것과 중간상태(中間狀態)에 대한 사상이다. 중간상태란 죽는 순간부터 공심판 사이의 기간을 말하는데, 이것은 모든 것이 죽음으로써 끝나지 않고 우리 인생이 결국은 그리스도의 신비에로 연결되어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관습은 초대교회 때부터 있어왔다. 교회는 천당에 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지 않는다. 그분들은 이미 하느님 안에서 지복직관을 누리기 때문에 우리 기도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또 교회는 지옥에 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하지 않는다. 지옥이란 일단 한번 들어가면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곳이기에 아무리 기도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교회는 죽은 이들 중에서 완전히 정화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한다. 여기서 완전히 정화되지 않은 사람이란 대죄속에 죽은 사람이 아니라 소죄나 혹은 죄에 해당하는 보속을 다하지 못한 사람을 가리킨다. 이런 사람들을 위하여 교회가 아주 초기부터 기도했다는 증거는 로마의 지하묘지에서 발견된 비석들, 교부들의 문헌, 동방교회의 성찬기도문 등에 나타난다.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는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사상과 성인들의 통공에 대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죽은 이들이 비록 죽었어도 그리스도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지상교회인 우리와 한 몸을 이룬다. 이처럼 지상교회는 죽은 이들과 한 몸이기 때문에 기도와 희생을 통하여 죽은 이들이 정화과정에 동참할 수 있다. 결국 연옥교리의 핵심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사상과 성인들의 통공에 대한 교리로 요약될 수 있다.

   

연옥교리의 근원은 중간상태를 믿은 후기 유다교에서 찾을 수 있다. 중간상태의 문제를 처음으로 언급한 사람은 알렉산드리아의 글레멘스(+217년) 이다. 글레멘스는 고린토 전서 3장 10-15절에 나오는 불을 통한 심판 사상에 근거하여, 성장하고 정화되어 가는 인간의 최후과정을 언급하였다. 이렇게 정화되는 과정에서 그리스도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즉 정화되는 영혼은 그리스도의 몸과 관계를 가지고 발전하여 완성에 도달한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있기로 결정한 사건은 세례성사인데 우리의 이러한 결정은 죽은 후에도 효과를 내고 결국 완성에 도달한다. 글레멘스의 제자인 오리제네스도 역시 불을 통한 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인은 불을 통해서 완전히 정화되고 악인은 지옥불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동방교회의 연옥교리는 5세기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에 와서 정립되고 더 이상 발전하지 않았다. 연옥은 기쁨의 정화 시기라는 교리가 정립되었는데 그 이상 무슨 교리가 더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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