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연옥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이중섭 신부)

　 　

연옥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1) 소죄나 잠벌이 있으면 연옥에 간다. 이 교리는 죽은 후에 하느님과 일치하기 위해서는 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상에서 비롯되었다. 비록 죄의 용서를 받고 하느님과 화해했더라도 죄에 따르는 벌이 남아 있고 또 죄 때문에 파괴된 질서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므로 잠벌이 남아 있다면 후세에 가서 연옥 벌을 통해서 잠벌을 없애야 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연옥교리에서 동방교회와 일치를 확인한 리옹 공의회(1274년)와 피렌체 공의회(1439-1441년)가 '연옥불'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린토 전서 3장 10-15절에는 심판의 불이 분명히 언급되어 있는데, 공의회는 왜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것일까? 이것은 심판의 심각함과 준엄함을 말하는 것이지 죽은 사람을 괴롭히는 실제적인 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연옥불'은 다른 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죽게 되면 이 세상에서 얼마나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배반했는지를 비로소 깨닫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면서 당분간 하느님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슬픔을 당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사실은 연옥에서 당하는 고통의 핵심이다. 제노바의 성녀 가타리나(1477-1510년)는 '연옥불'은 애타는 영혼의 상태를 뜻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연옥불'은 연옥영혼을 지글지글 태우는 불이 아니라 연옥영혼의 애타는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교회가 가르치는 연옥교리는 후세에서도 우리가 정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실제로 정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동시에 말한다. 물론 죽는 순간에 후세의 상태가 결정되지만 지복직관의 완성을 향한 과정을 밟아야 한다. 마지막 날에 그리스도의 몸 전체가 완성되지 않는 한, 우리 각자의 행복도 완성되지 않는다. 인간은 죽은 후에도 변화와 정화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 죽은 이들은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교회 덕분에 정화되어 그리스도의 품안에 들게 될 것이고 그리되면 마지막 날에 결국 그리스도의 몸이 완성될 것이다. 우리가 교회 안에서 시작한 성화와 정화는 후세에 가서도 지속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연옥교리에서 교회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산 이와 죽은 이들 사이에 중개역할을 한다. 죽은 이들은 교회 덕분에 그리고 교회를 통하여 지상에서의 정화과정을 계속 할 수 있다. 미사 성찬 기도문에는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가 항상 들어가는데, 이것은 성인들의 통공교리를 재확인하면서 교회가 산 이와 죽은 이들을 서로 맺어 주고 있다는 증거이다.

　 　

2) 연옥은 공심판 이후에까지 연장되지 않는다. 공심판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정화과정이 완성되기 때문에 연옥이 더 이상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