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공감

늙은 아버지의 질문

더 창공 2009. 8. 27. 09:06

늙은 아버지의 질문

 

82 세의 노인이

52 세된 아들과

거실에 마주 앉아있었다.

 

그 때

우연히 까마귀 한마리가

창가의 나무에 날아와 앉았다.

노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저게 뭐냐?”

 

아들은 다정하게 말했다.

“까마귀에요. 아버지”

아버지는

그런데 조금 후 다시 물었다.

“저게 뭐냐?”

 

아들은 다시,“까마귀라니까요.”

노인은 조금 뒤 또 물었다. 세 번째였다.

“저게 뭐냐?”

 

아들은 짜증이 났다.

“글쎄 까마귀라구요.”

아들의 음성엔

아버지가 느낄 만큼

분명하게 짜증이 섞여있었다.

 

그런데 조금 뒤

아버지는 다시 물었다.

네 번째였다.

“저게 뭐냐?”

 

아들은

그만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

“까마귀, 까마귀라구요.

그 말도 이해가 안돼요.

왜 자꾸만 같은 질문을 반복해 하세요?”

 

조금 뒤였다.

아버지는 방에 들어가

때가 묻고 찢어진 일기장을 들고 나왔다.

그 일기장을 펴서

아들에게 주며 읽어보라고 말했다.

 

아들은 일기장을 읽었다.

 

거기엔

자기가 세 살짜리 애기였을 때의 이야기였다.

 

“오늘은

까마귀 한 마리가 창가에 날아와 앉았다."

어린 아들은

“저게 뭐야?” 하고 물었다.

나는 까마귀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런데

아들은 연거푸 23번을 똑 같이 물었다.

나는

귀여운 아들을 안아주며

끝까지 다정하게 대답해주었다.

 

나는

까마귀라고

똑같은 대답을 23 번을 하면서도 즐거웠다.

 

아들이 새로운 것에

관심이 있다는 거에 대해 감사했고

아들에게 사랑을 준다는 게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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