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十一月) - 고은 -
아무도 없어서는 안 된다.
서 있는 것들은
저 바다 빈 나무로 서 있고
나도 그들과 함께 서서
오래오래 묵은 소리로
우수수우수수 몰려가는
이 세상의 여호와여 낙엽이여
내가 서서 빈 나무 되어도
나무는 나무끼리
더 이상 가깝지 않게
나무 사이의 어린 나무에게
흐른 하늘을 떼어 준다.
바람 속에서 바람도 몸임을 알아라.
바람으로 태어나
내 아들로 여호와로
이 황량한 곳을 살게 하누나.
아무도 없어서는 안 된다.
빈 나무끼리 서서
너이들 없이
어찌 이 세상 壁靑으로 녹이 슬겠느냐
진 잎새 제 뿌리 위를 덮고
사람들도 설움도 그 一部는 덮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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