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훈화

들 때와 날 때

더 창공 2010. 12. 27. 18:37

들 때와 날 때

 

누구나 태어나면서도 첫 관문을 통과하는 통과 의례를 거치게 마련이고 세상을 떠날 때에도 입문 절차를 밟게 됩니다. 이토록 인간은 들어가던 나오던 문을 통해야만 들어 갈수도 있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날이 추우면 문을 닫아걸고 며칠씩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특히 마음의 문을 어떻게 열어 놓아야 할지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상을 마칠 때까지의 숙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며칠 전 아기예수님의 탄생을 보더라도 마리아라는 이름의 문을 빌어 세상에 나오셨으니 말입니다. 주님 성탄의 은총이 단원 여러분에게 깊이깊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종종 새것을 준비 하려다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새것을 보는 순간 내가 보아 왔던 헌 것이 원래의 내 것이 더 헌 것으로 보잘 것 없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새것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헌것은 그동안 내 손때가 묻어있고 아름다운 추억이던 아니면 나의 땀 냄새가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머니의 냄새가 좋습니다. 아련하게 기억하고 있는 어머니의 땀 냄새도 그렇고 비릿하던 젖비린내도 그렇고.....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 어머니를 떠나보낸 지가 수십 년이 흐른다 해도 그 배어 있는 동정심만은 잊을 수 없나 봅니다.

흔히들 든 자리는 표 나지 않지만 난 자리는 바로 표가 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 떠나기를 무척이나 두려워하고 미련을 가지고 목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제가 레지오에 입문을 한 것이 1993년 3월 17일 선서일이 1993년 6월 16일 이었습니다. 그러니 오늘까지 6,495일이 되었네요. 그동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았고, 알게 모르게 상처 받았던 부분이 있었다면 이 자리를 빌어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너무 무지하고 부족하기에 저지른 과오라 생각을 하시고 넓은 마음으로 해량 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부족하고 허물 많은 저를 위해 기도와 격려로 일관 해 주신 단원 여러분께 무어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저는 지금 하얀 상태입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나아지겠지요. 이젠 좀 더 진취적이고 활동적이며 적극적으로 모든 단원을 포용할 수 있는 가슴 넓고 따뜻한 단장님이 이 자리를 맡아 주시길 간절하게 바랍니다.

제가 레지오를 퇴단 한다고 해서 냉담을 하거나 수유 성당을 떠나 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만나면 그저 쓴 웃음이라도 잃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립니다. 다만 좀 시간을 가지고 정리를 하다 보면 후일 다시 행동 단원으로 활동할 때가 오리라는 확신을 갖습니다. 따라서 들 때는 친구의 권유로 레지오 단원의 대열에 들어서서 그저 새까만 개구쟁이의 모습이었으나(40), 여러 분들의 관심과 배려의 힘에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게 되어 그래도 지금은 까만 때는 좀 벗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보곤 합니다. 이제 연임하여 6년을 마치는 날이 1개월여 남았습니다. 갈무리를 마저 잘 하고 싶은 마음도 들어 많은 갈등을 격기도 했지만 오늘이 2010년 신자들의 도움 쁘레시디움 연차 총 친목회 일이기도 합니다만 지금 이 시점이 날 때라는 결정을 짓게 되었습니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의아해들 하시겠지만 저에게는 갑작스런 일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부디 오늘 가지는 시간이 서로서로에게 즐거운 시간이 되셨으면 하고 부담되지 않고 봇짐이 되지는 말아 주시기를 또 한 번 부탁을 드리며 2010년 마지막 주 회합, 또 단장으로서의 마지막 훈화가 아닌 하소연과 더불어 부탁의 말씀을 드리게 됨을 다시 한 번 송구스럽게 생각을 하며 모든 단원 여러분의 가정에 끊이지 않는 웃음과 행복이 늘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아 멘 -

2010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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