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훈화

가을 편지

더 창공 2007. 11. 27. 15:52
 

가을 편지

  날씨가 꽤 추워졌습니다.

  건강하게 이 가을을 지내시구 계시죠??

  이제 나뭇잎들의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 되었습니다. 나무를 보려면 하늘을 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요즘에는 나무를 보려면 땅을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땅이 없고는 어떤 수확도 얻을 수 없고, 서 있을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땅이 우리에게 소중하다 하더라도, 땅 스스로는 열매를 맺을 수는 없지요. 땅은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 햇빛, 나무에서 내리는 꽃송이들, 바람, 그리고 사람의 정겨운 발자욱 소리가 있어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지요.

  하루 중에 우리는 이 사랑스런 대지와 눈을 맞추기를 얼마나 할까요? 여러분은 여러분을 사랑하는 이에게 든든한 땅 같은 존재인가요? 아니면 땅을 훈훈하게 밝혀주는 아름다운 꽃잎인가요? 어느 역할을 하시든 그것에 마음을 담으시면 좋겠습니다.

  대지와 하늘이 하나의 배경이 될 때 그들에게는 말이 필요 없다지요. 아마도 그것은 서로에게 배경이 되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하늘같은 존재도 땅 같은 존재도 아름답게 보일 겁니다. 여러분 새로이 맞이하는 11월도 그렇게 꾸며졌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걸어가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과 마음을 담아 눈을 맞추었으면 좋겠어요. 하늘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도, 땅만을 내려 보는 마음에서도 여러분들이 자유로워지시고, 하늘과 땅처럼 하나를 이룸 안에서 새처럼 자유로운 여행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여러분을 살게 하는 힘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우리의 어제는 죽었고, 우리의 미래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매일을 살아가는 그대가 매순간 죽고, 매순간 새로 태어나시기를 빕니다. 이것이 위령성월을 살아갈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가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이 시월을 매듭지을 때에 이 숙제를 하느님께 겸손되이 바쳐드릴 수 있기를 또한 바랍니다. 그러면 항상 평화로운 가정 이루시길 기원하며, 매년 이맘때면 전염병처럼 퍼져 나가는 유행가의 시월의 마지막 밤, 이 시월의 마지막 밤이 거룩한 밤이 될 수 있도록 서로의 사랑을 확인 해보는 시간을 가져 봄이 좋을 듯합니다.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 이라 말들을 합니다.  이 쓸쓸해지는 가을에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친구를 그려봄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듯하여, 친구를 불러보는 시간도 가져 봅시다.


좋은친구

  좋은 친구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나이들 수록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좋은 친구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만나기 전부터 벌써 가슴이 뛰고, 바라보는 것에 만족해야하는 사람보다는,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더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길을 걸을 때 옷깃 스칠 것이 염려되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걸어야하는 사람보다는, 어깨에 손 하나 아무렇지 않게 걸치고 걸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더 간절할 때가 있습니다.

  너무 커서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서, 자신을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 만드는 사람보다는, 자신과 비록 어울리지 않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더 간절할 때가 있습니다.

  말할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도 상처받으며 아파할 까봐, 차라리 혼자 삼키며 말없이 웃음만 건네 주어야하는 사람보다는, 허물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더 절실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차마 입을 벌린다는 것이 흉이 될까 염려되어, 식사는커녕 물 한 방울 맘껏 마실 수 없는 사람보다는, 괴로울 때 술잔을 부딪칠 수 있는 사람, 밤새껏 주정을 해도 다음 날 웃으며 편하게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더 의미 있을 수 있습니다.

  어쩜 나이 들수록 비위 맞추고 사는 게 버거워, 내 속내를 맘 편히 털어놓고 받아주는 그런 친구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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