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훈화

누룩으로서의 삶을 살자

더 창공 2009. 10. 27. 10:40

누룩으로서의 삶을 살자

 

20 예수님께서 다시 이르셨다.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까? 21 그것은 누룩과 같다. 어떤 여자가 그것을 가져다가 밀가루 서 말 속에 집어넣었더니, 마침내 온통 부풀어 올랐다.”(루가13,20-21)

 

겨자씨의 의미 : 교회는 예수 시대에는 미약하게 시작을 하였으나 결국에는 크게 발전한다.

누룩의 의미 : 복음은 세상을 크게 변화 시키려 자기 몸을 썩혀 가면서도 계속 중단 없이 퍼져 나간다.

 

엊그제 우리는 나바위 성지순례를 아무 사고 없이 즐거움과 기쁨과 환호 속에서 다녀왔습니다. 우리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 올 수 있었음은 그 뒤에서 누룩으로의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몸을 썩혀가는 아름다운 봉사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오랜 동안 말입니다. 성지 순례가 있기까지 고생하신 그 분들께 어찌 다 감사한 마음을 표현 할 수 있겠습니까만, “감사합니다.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샬롬!!”

 

하느님 나라가 누룩과 같다면 예수의 가르침은 지극히 혁명적인 것입니다. 고대 이스라엘 세계에서 누룩은 부패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누룩에 발효작용과 새로운 생명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누룩은 부패의 원조였습니다. 그것은 일상생활에서 불결함, 비속함 표현했습니다. 누룩 없는 빵은 거룩함과 성스러움 즉 축제에 걸 맞는 상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누룩이 그토록 강력한 부패의 상징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옛날에는 누룩을 만들 때 빵조각을 어둡고 습기 찬 곳에다 놓아 썩어서 악취가 풍길 때까지 놓아두었기 때문입니다. 유다의 전통에서남자는 전례상 순결하고, 여자는 전례상 불결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랍비들은 공적인 자리에서 여자에게 말을 걸지 못하게 되어 있었죠. 랍비치고 설교를 하면서 여자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거론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예수께서는 당시의 상투적인 형식을 무시하고 비유를 이야기하면서 곧잘 여자들을 등장시키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누룩을 하느님 나라에 비유하시는 숨은 뜻은 무엇일까요?

누룩운동은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주님의 겸손입니다. 최후의 만찬에서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이에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다는 것은 공동체가 함께 식사를 할 때 겸손한 자는 먼저 일어서며, 겉옷을 벗습니다. 겉옷은 외출을 할 때 자신을 나타내는 신분의 옷입니다. 그 옷으로는 남을 섬기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먼저 겉옷을 벗어야 합니다. 당시 발 씻기는 일은 종들이 하는 일이었습니다. 섬김은 종의 자리로 돌아가 낮아져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가톨릭은 올라가는 종교가 아니라 위에서 내려오는 종교입니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제일 낮은 곳에 모이는 것처럼 하느님의 은혜는 낮은 곳에 머무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겸손입니다. 누룩운동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은밀 운동입니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이는 곧 은밀성을 강조한 말입니다. 들어난 것은 세상이 다 보지만 하느님은 은밀히 행한 것도 보시고 계십니다. 우리가 행한 대로 갚아 주신다고 했습니다. 누룩운동은 소금처럼 녹는 희생운동입니다. 자신을 녹임으로 맛을 창조하는 것이 소금입니다. 녹지 않으면 맛을 내지 못합니다. 그런 소금은 부엌에 둘 필요가 없습니다. 밖에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은 사회에서, 직장에서, 주부는 가정에서, 학생은 학교에서, 신앙인은 주님을 제대로 섬김으로써 사회 공동체, 교회 공동체가 살아나는 것입니다.

 

누룩이 상징하는 바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마음의 눈만 열리면 온갖 누룩으로 가득한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웃의 따뜻한 친절, 부드러운 미소가 내 마음을 기쁨으로 부풀게 하는 마음의 누룩이 될 수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꽃 한 송이 역시 영적 깨달음이 되어 내 마음을 행복으로 부풀게 하는 누룩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의 눈만 열리면 세상 곳곳에 널려 있는 삶의 누룩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좋은 누룩은 주님을 닮아 사랑이 가득한 사람일 것입니다. 주변을 사랑으로 부풀게 하고 기쁨이 가득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누룩 같은 사람, 바로 하느님의 사람입니다. - 아 멘 -

2009년10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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