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훈화

보내는 마음 맞는 마음

더 창공 2009. 12. 29. 12:48

보내는 마음 맞는 마음

 

세상에 태어나고 세상과의 이별을 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헤어짐 또한 해를 넘기고 해를 새로 맞이하는 이맘때면 틀에 박힌 듯 똑같은 일상들이 빚어지는데, 그것은 아마도 기원 전 인류의 역사가 시작 되었을 때부터일 것입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 하고 시작을 하는가? 했더니 벌써 마침이라는 군요. 짧디 짧은 일생동안 몇 번 되풀이하다 보면 그 뜻은 뒤로 하고 손을 놓아야만 하는 - 그런 반복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일 년 중 가장 소중하고 바쁜 시기가 12월이 아닌가 합니다. 현실적으로 여러 마무리 행사도, 송년회도 그 밖에 종결 지어야할 많은 과제들 때문에도 그렇겠지만 내적인 울림들이 많아 더욱 그렇습니다. 2009년 마지막 달력 한 장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 또 보고 하면서 아쉬움 보다는 다음 해에는 또 다른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것은 내가 일 년을 잘 살아서가 아니라 몇 년 전 사십이 조금 넘어서면서 다가올 오십이 몹시도 궁금해 했었는데 이젠 육십을 넘보고 있으니 무슨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표현 방법이 떠오르지를 않습니다. 그러나 지나온 시간들이 나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들이었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엊그제는 아기예수님이 이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탄생 하셨습니다. 이 기쁨을 며칠이나 간직하고 살고 계십니까? 그저 의례 해마다 행해지는 행사 치레로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성탄이 지나면서 성탄 팔일 축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길게는 아니더라도 이 팔일 동안만이라도 더 거룩하고 성스럽고 기쁨 속에 지내셨으면 합니다. 성탄이 지나고 나면 다해가는 그 시간의 종착점에서 그저 세상의 모든 근심과 걱정은 혼자서 짊어지고 있는 양 온갖 시름은 혼자 다 쓸어 모아 가지고 있는 냥 그 한숨소리에 이 지구가 깨져 버릴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새로움을 기다린다는 설렘보다는 그저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못 다함만이 더 큰 비눗방울이 되어 내 눈을 멀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더 밝고 총명하게 하여, 힘들고 궂은일에도 사랑을 베풀 줄 알게 하고, 나로 인해 구속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있는 소수의 이웃에게도 용서와 희생으로 묶여 있는 족쇄를 풀어 주어야 하겠습니다. 용서와 이해라는 단어가 주는 범위가 삶에 있어서 얼마나 큰 의미를 주는지도 깨달아 작은 바람에도 출렁이는 파도가 내 가슴에 더 큰 파도로 다가와 내공을 쌓게 하여 그 어떤 쓰나미가 몰려온다 해도 강한 가슴으로 끄덕이지 않는 단단함을 갖게 되시기 바랍니다.

이제 한 해를 보내며 그저 우리 곁에 머물면서 많고 많은 사건과 사연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 함에 고마워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기쁨이 더 크게 하시고 진정으로 희망찬 새해 2010년을 힘차게 내 딛을 수 있도록 2009년의 12월 남은 3일 동안도 당신의 축복과 은총으로 가득 채워 주시기 기도합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왜 이렇게 길게 남았는지 모르겠다는 시간적 여유도 찾아보시고, 다시는 내 곁을 찾지 않을 시간을 위해 내가 무었을 해주었으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지나온 362일보다 더 즐겁고, 더 행복하고, 더 사랑 하고, 더 위로 받을 수 있을지 산술적인 계산에서 벗어나 무조건 적인 배려를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난 1년 동안 쁘레시디움을 이끌며 훈화를 준비 하면서 너무 부족하고 못난 단장이기에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단장 자신은 행동하지 못하면서 단원들에게는 “행하라”라고 강요하고 채찍을 가함으로 마음 한켠에는 불평불만이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정열적인 활동을 하시는 순수 단원들에게 큰 짐으로 작용을 해 눈총 아닌 눈총을 많이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단장을 위해 기도하고 따르려 노력을 하신 단원들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새해에는 지나는 해에 못 다한 아쉬움이 있다면 내년 이맘때에는 오늘과 똑같은 후회와 미련을 남기지 않는 정말 내 살아오는 동안 최고의 “1년 이었어”라는 말이 모든 단원들의 입에서 큰소리로 울려 퍼지길 기대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성가정으로 수유동 성당에서 우러름을 받는 가정되시기를 거듭 빌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멘- 2009년 12월 29일

 

송년의 시 - 이해인 -

 

하늘에서 별똥별 한 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번 스치듯

빨리 왔던 시간들은 빨리도 지나가지요?

 

나이들 수록 시간들은 더 빨리 간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어서 잊을 건 잊고, 용서할 건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어요.

 

목숨까지 떨어지기 전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따뜻하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충실히 살다보면

첫 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우리 길을 밝혀 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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