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교리상식

혼인의 목적

더 창공 2010. 1. 29. 10:34

혼인의 목적

   

  왜 결혼을 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결혼하는가? 구약성서에 보면 자녀 출산이 혼인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 히브리 사람들은 자녀를 많이 가지는 것을 하느님의 축복으로 여겼다. 여자가 아이를 낳지 못하거나 남자가 후손이 없어 죽는다는 것은 하느님의 축복에서 제외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자의 불임은 이혼의 사유가 되었고 남자가 첩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조건이 되었다.

 

 희랍인들은 이원론적인 사상 때문에 인간의 본성을 동물적 본성과 이성적 본능으로 나누어 생각했다. 성과 출산은 동물적 본성에서 오는 것이고, 부부사랑은 이성적 본능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사고방식이 희랍 문화권 안에서 성장한 초대교회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래서 교부들은 인간의 성행위가 어떻게 이성적,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였다. 또한 교부들은 두 가지 경향 즉 혼인제도 자체를 배척하는 엄격주의와 혼인생활보다 동정생활의 우위를 주장하는 경향에 대항하여 혼인에 대한 가르침을 정립했다.

 

 성 유스티노(100년경-165년경)는 " 우리는 자녀를 얻기 위해서만 혼인 한다" 고 하였고, 성 이레네오(140년경-202년)는 혼인을 안류 번식을 제정된 제도라고 보았다. 알렉산드리아의 글레멘스(150년경-215년)는 자녀출산이 혼인의 주요 목적이며, 부부 상호협조는 이차적 목적이라고 하였다. 오리제네스(185년경-255년)는 부부행위는 자녀출산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성 요한 리소스토모(347년-407년)는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은 자녀출산을 목적으로 혼인을 제정하셨다. 그런데 세상에는 이미 인류 번식이 충분히 이루어졌으므로 더 이상 인류 번식의 필요성은 없게 되었다. 따라서 혼인의 주요 목적은 정욕을 치료하는 것, 즉 간음을 방지하는 것이다."

 

 5세기의 성 아우구스티노는 혼인의 윤리적 가치에 관심을 두고, 혼인의 세가지 선善을 이야기했다. 성 아우구스티노에 따르면, 혼인에서 오는 세 가지 선은 자녀출산, 부부간 상호신의 그리고 혼인의 성사성(불가해소성)이다. 그러나 사실 이것이 혼인의 세 가지 목적은 아니다. 아우구스티노에게 있어서 혼인의 목적은 자녀출산일 뿐이다. 이러한 성 아우구스티노의 가르침은 13세기 중엽까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스콜라 학파가 형성되던 12세기의 신학자들과 교회법 학자들은 원죄 이전과 원죄 이후로 나누어서 혼인의 목적을 생각했다. 원죄를 짓기 전 혼인의 노아와 그의 자손 시대까지 혼인의 목적은 자녀출산과 동시에 욕의 치료에 있었다. 그러나 노아의 자손 이후 인류의 번식이 충분이 이루어진 다음부터 혼인은 의무적인 것이 아니라 다만 인간의 나약함 즉 정욕 때문에 베풀어진 관용이 되었다. 그래서 혼인제도는 정욕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뿐 그 외에 다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어떤 이들은 결혼생활의 번거로움을 과장하고 여성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아서 결혼생활은 남자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성 안셀모(1033-1109년)의 제자이며 아벨라르도(1079-1142년)의 스승인 라온의 안셀모(1050-1117년)는 혼인의 목적을 자녀출산 및 간음을 피하는 것 그리고 부부사랑의 증진으로 보았다. 만일 이런 목적 외에 다른 목적을 가지고 결혼한다면 즉 제물이나 육체적 쾌락을 위해서 결혼한다면 그것은 결혼이 아니라 간통이라고 보았다.

 

  빅톨의 후고( + 1141년)는 혼인의 목적을 두 가지로 나누었다. 주된 목적은 부부사랑이고, 이 주된 목적에 인류의 번식과 정욕의 치료라는 목적이 첨가된다고 보았다. 혼인은 부부 사이의 갈릴 수 없는 공동체를 창조하는 것이 직접적 목적이며, 이런 공동체 형성의 결과로 자녀를 낳겠다는 상호동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후고의 이런 견해는 상당히 혁명적인 견해였다. 후고는 자녀출산을 혼인의 주된 목적이요 일차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하던 당대의 전통적인 견해에서 벗어나 부부사랑을 혼인의 주요목적으로 보았던 그시대의 유일한 학자였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년는 혼인의 목적에 관한 종합적인 이론을 전개햇다. 혼인의 일차적인 목적은 자녀출산과 교육에 있고, 그 이외의 것들은 여기에 종속되는 이차적 목적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구분은 후대에 고전적인 혼인의 목적론에 큰 영향을 끼쳤다. 혼인의 목적을 이처럼 위계적으로 분한 것은 1세기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까지 많은 신학자들의 지지를 받았고 더 나아가 20세기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현대의 신학자들은 이차적 목적도 역시 혼인을 이루는 본질적인 요소로 생각했고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일차적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혼인 역시 유효한 혼인이다. 일차적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혼인이란 부부가 자녀를 낳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경우일지라도 그 혼인은 유효하다. 즉 아이를 못 낳는다고 해서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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