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교리상식

지옥교리의 출발점

더 창공 2010. 6. 3. 15:49

지옥교리의 출발점(이중섭 신부)

 

현대인들은 지옥에 대하여 상당히 거부감을 느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우신 분인데 어떻게 영원히 벌 받는 지옥을 원하실 수 있는가? 하느님이 진짜 하느님이라면 지옥에 있는 사람들을 억지로라도 끌어내시든지 아니면 아예 지옥을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어떠한 악이든지 악은 결코 원하시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느님께서는 그 누구보다도 지옥을 원하시지 않고 사람들이 지옥에 제발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시는 분이다. 오죽하면 당신의 외아들까지 내어 놓았겠는가?

   

지옥은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을 거부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한 번 베푸신 사랑과 은총을 다시 거두어들이시지 않는데 사람들이 하느님의 그러한 사랑과 은총을 거절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지옥이다. 이처럼 지옥은 하느님께서 결코 원하시지 않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지옥에 대한 교리는 죄에서 출발해서는 안 되고 하느님의 사랑에서 출발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대죄를 지으면 지옥에 간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사랑과 은총을 거절함으로써 스스로 하느님과 단절된 상태 즉 지옥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처럼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 인간들에 의해서 거부될 수 있는 사랑이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인간의 결정을 무시하지 않는다. 즉 인간이 스스로 하느님과 단절된 지옥을 선택하는 것까지도 존중할 정도로 그렇게 인간의 자유와 결정을 존중하신다. 그렇지만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지옥에 가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최선을 다하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신의 외아들까지 우리에게 주신 것이 그 증거이다. 못된 인간들의 손에 의해 죽음을 당할 것을 아셨으면서도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셨다. 그 정도로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지옥에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신다.

   

그러나 지옥교리는 항상 현대인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베르디세프 (N. Berdiseff)라는 학자는 지옥은 남을 괴롭히려는 인간의 사악한 본능이 만들어낸 상상일 뿐이고, 영원한 지옥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인들뿐만 아니라 이미 오랜 전부터 학자들은 지옥에 대하여 거부감을 나타냈다. 3세기의 오리제네스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는 영원한 지옥의 가능성을 부정했다. 많은 교부들이 오리제네스의 노선을 따라갔다. 그래서 상당히 오랫동안 신자들은 하느님께서 지옥에서 신자들을 건져 주실 것이고 영원히 저주받은 이들의 고통을 덜어 주실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4세기의 성 아우구스티노 역시 지옥에 대한 문제에 부딪혔다. 한 사람이라도 지옥의 고통을 당할 것을 하느님께서 아셨다면 하느님이 왜 세상을 창조하셨을까? 라고 고민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일부 학자들은 인간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지옥의 타당성을 증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자기만 지옥에 안 가면 지옥은 있어도 괜찮다는 잘못된 결론으로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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