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유머

가는귀먹은 아내

더 창공 2009. 7. 2. 16:49

가는귀먹은 아내

 

최근에 와서 아내가 내가 물어보는 말에

제대로 대답을 안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전문의와 상담하고 나서 어떻게

이 문제에 접근할 것인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전문의는 아내의 청력을 진단하고 난 후에

처방을 할 수 있으므로,

우선 집에 가서 아내가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부터

못 알아듣는지 테스트를 해보라고 했다.

 

그날 저녁 아내가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난 곧 현관문에서부터

아내를 테스트하기로 했다.

(현관)

나 : 여보! 오늘 저녁 뭐야?

 

아내: ......

 

(응접실 입구)

나 : 여보! 오늘 저녁 뭐야?

 

아내: ......

 

(부엌 입구)

나 : 여보! 오늘 저녁 뭐야?

아내: ......

나 : 아니, 도대체

여기서도 안 들린단 말인가?

 

난 가슴이 너무 아팠다.

아내의 귀가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

아내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난 천천히 아내 곁으로 다가가서

아내의 등에 손을 살포시 얹으며,

최대한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나 : 여보! 오늘 저녁 뭐지?

 

그 때,

아내가 갑자기...홱~ 돌아서면서...

 

아내 : 도대체 내가 '칼국수'라고

몇 번 말해야 알아 듣겠어요?

 

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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