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작은 집과 가장 큰 집
종교(宗敎)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는 “신이나 절대자를 인정하여 일정한 양식 아래 그것을 믿고, 숭배하고, 받듦으로써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얻고자 하는 정신문화의 한 체계.”라고 나와 있다. 그리고 천주교 교리서에는 “종교란 인생의 근본과 도리에 대한 가르침으로, 인간이 하느님에게서 비롯된 자신의 근본을 알아보고, 인생을 살아가는 올바른 길을 하느님 안에서 찾는다. 천주교는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생명과 구원이라는 관점에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필요한 하느님의 지혜를 가르치고, 인생의 진리를 깨우쳐 준다.”고 가르친다.
종교의 개념을 한자 宗에서 알아 볼 수 있을 것 같아 ‘宗’자를 묵상해 본다. 宗의 뜻은 옥편에 ‘本也, 尊也, 마루’로 나와 있다. 즉 宗은 ‘근본(根本), 존경(尊敬), 마루-최고(最高)’의 의미를 가진 자이다. 宗은 ‘宀 +示’로 이루어져 있는데 宀은 ‘움집 면’, ‘示’는 ‘볼 시’이다.
까마득한 옛날에는 ‘움’을 파고 그 속에서 살았다. 문화가 발달하면서 집도 발전하여 이제는 어마어마한 빌딩들을 짓고 그 속에서 호화롭게 살아간다. 인간은 집 없이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지혜가 발달할수록 집도 발전하고 있다.
가장 작고 초라한 집이 움집 곧 면(宀)이라면 가장 큰 집은 무엇일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나날이 갱신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큰 집이란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분명 최고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집이 있을 것이다. 그 집은 바로 우주(宇宙)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 宇宙는 ‘집 우, 집 주’가 아닌가! 사람은 하늘을 지붕 삼아 살아간다고들 한다. 宇宙야 말로 변치 않는 영원한 가장 큰 집이다. 만물이 우주라는 집에서 모두 함께 살고 있지 않는가!
옛날 움집의 주인은 원시인이라면 우주의 주인도 그 우주를 창조한 창조주일 것이다. 그 창조주를 천주교에서는 하느님이라 부른다. 성경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은 이 세상을 6일 만에 창조하시고 7일째 되는 날은 쉬시고 거룩한 날로 정하셨다.
움집에는 돌로 만든 석기(石器)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이 창조하신 집인 우주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들이 들어 있다. 그러나 宇宙(우주)라는 집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근본 되고 최고로 존경할 만한 그 무엇이 들어 있음을 나타내 주는 것이 바로 ‘宗’자이다. 宗자 속에 宗敎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는 우주의 창조 신비를 통해 주님의 전지전능을 깨닫게 하고 그분의 위대함을 우러러 보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신다. 우주를 코스모스(cosmos)라 하는데 이에는 질서와 조화의 뜻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가 우주를 창조하신 주님을 바로 알 때 우리도 혼란에 빠지지 않고 질서정연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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